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둘 Oct 13. 2022

낭만파 심리상담사의 감정정리법

[1분 인생 힌트] 낭만파 심리상담사의 감정정리법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꽤나 낭만적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낭만적인 사람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만 '낭만'이라고 적어 봅니다. 현실적이지 않고 꿈같은 소리를 한다는 뜻에서의 '낭만' 쯤 됩니다. 내면은 꽤나 낭만적이었지요. 


워낙 낭만적이다 보니 내적 세계에 몰두하는 시간이 잦았습니다. 외부 자극에 남들보다 민감하니 힘들기도 했고 이미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것들과 함께 외부 자극을 소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낭만적인 내적 세계는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요? 내면에 넘치는 것들을 어떻게 갈무리하는지 방법을 공유해봅니다.



글쓰기, 감지하기, 몸 떨기


20대에 주로 하던 방법은 글쓰기였습니다. 공책과 펜만 있으면 아무 제한 없이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매일 1시간 이상 적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글쓰기를 연습한 것도 아니고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데에만 그 정도의 시간을 쓴 거예요.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글자를 적은 것은 아니지만 쓰다가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다시 쓰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갔지요. 그래서 권하고 싶습니다. 내면이 뭐가 뭔지 모르겠다면 일단 적으시라고.



1시간 동안
공책과 펜만 있는 공간에서
뭐든 적어 보세요.



당연히 핸드폰이 있으면 안 됩니다. 비행기 모드를 하든 끄든 핸드폰은 시야에 있어서도 안 됩니다. 1시간을 적길 바랍니다. 시간이 안 되면 30분 이상은 하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내면에서 솟아오를 것들이 무궁무진합니다. 나에게 시간을 주면 그것들이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의 내면과 대화가 되기 시작하면 적는 재미가 쏠쏠할 겁니다. 그때는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될 걸요.


그런데 더 크고 났더니 1시간 동안 적고만 있을 시간이 없더라고요. 어른이 된다는 건 서글픈 일이에요. 할 일이 뭐가 이렇게 많고, 생각을 끊어먹는 일들이 어찌나 자주 발생하는지. 그 다음으로 발전시키게 된 기술이 명상적 접근입니다.


명상적 접근이란 처음부터 내면에 자극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어차피 낭만파라 내적 자극만 해도 넘치도록 풍부하기 때문에 외부 자극을 최소화하는 겁니다. 실제로 핸드폰을 적게 쓰거나 TV를 안 본다든가 하는 방법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오감과 접촉한 정보가 싹을 트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외부 자극이 내면을 휘젓기 전에 증발시켜 버리는 것이지요.


이 방법은 내면에 문지기를 세워두는 것과도 비슷해요. 절에 들어갈 때 보면 사대천왕이 위협적인 자세로 서서 우리를 지켜보지요. 사대천왕이 어떤 녀석이 들어오는지, 절에 들어올 마음가짐은 됐는지 눈을 부라리면서 감시합니다. 그처럼 외부에서 내부로 무언가 감지될 때 내면에서 지켜봅니다. 그러면서 검문을 합니다.



이 자극을
내면에서 지속시킬 거야?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대답은 예외 없이 '아니오'입니다. 그러면서 온몸이 미세하게 떨리면서 자극이 남긴 에너지를 떨구어 냅니다. 그때 이런 상상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생각과 감정의 물 한 바가지를
냅다 바닥에 쏟아 버리자,
강렬한 햇빛에 곧장 증발해 버리는 장면.


내면을 어지럽힐 뻔했던 것들이 그쯤에서 끝납니다. 더 이상 끌고 가지 않게 되지요. 약간의 훈련이 필요한 방법이긴 하지만 연습하면 됩니다.


첫 번째 방법은 낭만을 해소하기.

두 번째 방법은 낭만을 만들지 않기.


낭만파 심리상담사의 감정정리법은 이렇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현실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어렸을 때는 왠지 서글펐는데 살아갈수록 뜻밖의 용기가 됩니다. 낭만을 현실로 바꾸는 것은 뒤늦게나마 낭만파가 현실을 살아가는 재미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번 생이 통째로 휴가 중이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