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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Oct 24. 2022

MBTI 극단적인 I유형 생존법(내 친구 카를 융)

[1분 인생 힌트] MBTI 극단적인 I유형 생존법(내 친구 카를 융)


꾸준히 구독하신 분은 글에서 풍기는 냄새로 아셨을 듯 한데 이 사람은 MBTI로 치면 극단적인 I유형입니다. 내향과 외향을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을 테니 어디까지나 MBTI 기준입니다. MBTI 점수로 보면 만점에 가깝습니다(그냥 만점으로 나온 적도 있었던 것 같네요). 20대에 잠시 중간치로 돌아가는 듯 했으나 나이가 들수록 엄청난 내향성을 다시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가 예전보다 썩 마음에 듭니다. 


어렸을 때는 이 사람을 데리고 사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이 사람은 워낙 내향적인데 우리나라는 외향을 좋아하는 민족이잖아요? 그런데 성별은 또 남자라 사나운 짐승들의 세계에서 극단적인 I유형은 발붙이기가 힘들었지요. 그 유명한 시 구절과 같은 마음이었지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어쩜 이렇게 절묘하게 표현을 했는지!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습니다. 

용케도 살아 남았습니다. 

어떻게 살아 남았을까요? 



내 친구 융이 알려 준 I유형 생존법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때로는 괴로움을 느끼고 때로는 환희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다가 보면 모든 진단기준이 나에게 해당되는 것 같아서 괴롭기도 합니다. 또는 막다른 골목에 있었던 것 같은데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 것처럼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요. 


그 중에서 카를 융과의 만남은 기존의 심리학자와는 약간 색다른 느낌이었어요. 융의 이론을 보고 융이 그런 이론을 탄생시키기까지 겪었던 내적인 역사를 보면서 마치 카를 융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지요. 그 느낌은 이런 대사와 비슷했습니다.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




아! 이 뭐라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명쾌함.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할 때 눈빛만 스쳐도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듯이 카를 융을 알아 보았습니다. 융이 우울과 괴로움을 겪어냈던 이야기와 내적 세계에게 몰두하고 천착했던 과정은 내가 경험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소식이 끊겼던 친한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다고 할까요. 



융이 말하길 나이 40을 전후로 사람은 외향에서 내향을 향한다고 하지요. 인생의 전반기를 외향적인 삶을 구축하는데 썼다면 이제는 노년으로 향하게 되는 삶의 후반기에는 자연스럽게 내적인 것에 에너지를 쏟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서 한 가지 희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전반기는 내향.
그렇다면 후반기는 외향.



어려서부터 내 삶의 에너지가 온통 내향적이었다면 이제 정신적인 조화와 균형을 위해 외향을 향해 가보자.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해진 것이지요. 앞뒤가 뒤바뀌면 어떻습니까. 내가 인식하기도 전에 내향으로 자라 온 세월. 워낙 내성적인 탓에 잡지 못했던 기회, 잃어버린 것들을 후회하고 안타까워 하느니 차라리 앞을 보는 게 낫겠지요. 고개를 들고 앞을 봅니다. 나의 내향을 긍정하는 것은 외향으로 향하는 출발점입니다.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색채를 띠는 것은 어떤 것일까?' 앞으로의 삶이 궁금해집니다. 내향인 나인 채로 살아가는 것이 꽤나 근사하다는 것을 내 친구 융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융이 일러준 대로 이제 내향을 딛고 외향을 바라보며 기대와 희망을 품습니다. 카를 융은 나의 친한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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