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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Oct 24. 2022

심리적 고통의 출발 '이건 아니잖아'

[1분 인생 힌트] 심리적 고통의 출발 '이건 아니잖아'


마음은 아우성칩니다. 마음은 때로는 너무 말이 많습니다. 머릿속에 끊이지 않는 생각을 관찰해 본 적이 있나요? 정말 말이 많은 친구입니다. 온갖 말을 다 쏟아내는데 그 중에서도 으뜸은 후회나 아쉬움을 담은 말들입니다. '이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일어나지요. 고통스러운 생각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기가 쉽지 않지요. 그러면서 불안은 점점 커집니다. 


잘 보면 마음이 아우성칠 때는 늘 한 가지 조건이 부합할 때입니다. 

어떤 때일까요? 그 조건을 해체할 수 있다면 심리적 고통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건 아니잖아 vs. 그래 이런거지


심리적 고통이 계속되고 있는데 끊을 수 없을 때 마음은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투쟁을 하고 있지요. 마음은 소리칩니다. 



이건 아니잖아!!!


맞습니다. 화가 나는 건 그럴 수 있습니다. 이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분이 쉽게 풀리지 않지요. 억울합니다. 왜 내가 그 일을 겪어야 하나? 왜 나만 이런 건가? 이해할 수 없는 생각에 이건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어지지요. 


그리고 우리는 함정에 빠집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분명할수록 우리는 심리적 고통의 덫에 걸려 헤어나올 수가 없습니다. 이건 아니고 내가 생각한 바가 맞기 때문에 현실을 부정합니다. 이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현실은 벌써부터 한 방향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우리는 분노와 억울함에 휩싸여 그것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내 마음을 고수하면서 더욱 더 고통 속에서 나올 수가 없게 되지요. 


이쯤되면 너무 씁쓸합니다. 

나는 내 마음이 나아지길 바라면서 사실 나아질 수 없게 옭아매고 있으니까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내가 편안해지길 바라면서도 정말로 이 현실을 인정하길 원하지 않습니다. 이 내적인 사투에서 힘이 빠질 때로 빠지고 진심으로 내가 편안해지고 싶은 마음이 우세해질 때 슬며시 이런 말이 나옵니다. 



그래
이런거지.



이건 이런 겁니다. 우리가 거부하거나 말거나 현실은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고통을 꽉 쥐고 있는 동안 현실은 유유히 제 흐름대로 흘러가면서 우리를 뒤쳐지게 합니다. 사실 평소에 우리라면 현실과 함께 흘렀을 것을 완강히 현실을 거부하는 바람에 우리 스스로 뒤쳐지는 것이지요. 진심으로 나를 위한다면 이제 고통은 인정하되 고통에서 한 발 떼고 나아가기로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
내 마음이 어떻든 
삶은 이미 펼쳐지고 있는 거야.



삶이란 그렇습니다. 그냥 펼쳐집니다. 자연이 인간 개개인을 고려해서 흐름을 바꾸지 않고 자연만의 큰 흐름을 유지하듯이 삶 역시 그렇습니다. 그건 그런 게 맞습니다. 화가 나고 억울하고 울화가 치밀고 분통이 터지고 눈물이 앞을 가리고 목구멍에서 뭔가 쏟아질 거 같아도 나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삶은 유유히 흘러 갑니다. 그것이 삶입니다. 


심리적 고통은 현실을 부정하면서 출발합니다. 이건 아니라고 마음이 소리칠 때 우리는 한 가지 진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건 현실을 옹호할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현실을 거부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현실을 옹호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이 평화로운 것입니다. 그러자면 현실은 현실이라고 그냥 담담히 바라봐야 합니다. 다만 현실을 거부하고 부정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마음이 현실과 싸우고 있으면 마음만 혼자 분투하면서 삶을 살지 않기가 십상입니다. 마음이 현실과 싸우지 않으면 우리는 실제로 무언가 할 힘이 납니다. 정말로 삶을 바꿀 힘은 그럴 때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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