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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Oct 25. 2022

심리학 공부, 정신분석 대신 쿵후(유튜버 신사임당)

[1분 인생 힌트] 심리학 공부, 정신분석 대신 쿵후(유튜버 신사임당)


가끔 새벽에 달리기를 할 때도 요상한 생각들이 납니다. 달리기에만 몰두하면 좋겠는데 생각이 제멋대로 펼쳐집니다. 유혹하는 생각들이 들면 그저 바라보려고는 합니다. 하지만 제멋대로 구는 생각들은 자기들끼리 이합집산을 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들고 나타나서 더 유혹합니다. 이렇게 근사한 생각이 있다고! 이 생각 좀 제대로 해보지 않겠냐고, 유혹이 끊이지 않습니다. 


밥벌이가 심리상담이니 마음과 상담, 심리치료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달리기 중에 머릿속을 난데없이 침입하는 생각 중에도 그런 것들이 종종 있지요. 조금만 더 궁리하면 멋진 아이디어가 솟을 것이라고 유혹하는 생각 앞에 저항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나는 분명 달리고 있는데 다리만 달리는 중이고 머리는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달리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생각을 달리고 있는 것인가.


이 혼란을 끝내 봅니다. 



심리학 공부, 정신분석의 끝은 쿵후


유튜버 신사임당의 말이 떠오릅니다. 알고리즘의 유혹에 충실하게 반응하던 그 시절, 신사임당의 다양한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은 다 어디 있다가 튀어 나온 것인지. 우물 안 개구리로 살고 있다는 게 새삼 느껴졌습니다. 이미 우물 안 개구리에게 쏟아지는 고급 정보는 우물에 폭우가 쏟아지는 격이었습니다. 그래서 구독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알고리즘은 언젠가 또 유튜버 신사임당에게 인도할 테니 마음 놓기로 했습니다. 


아무튼 이야기가 잠깐 샜는데 유튜버 신사임당이 인터뷰를 하던 도중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터뷰이와 대화 중에 맞장구를 치는 말이었지요. 


맞아요!
공부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공부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공부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공부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공부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

.

.


메아리 치는 그 말. 이상하게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뭐지 이 정곡을 찔리는 듯한 느낌은... 


심리학 책을 쌓아놓고 보던 날들. 나는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심리학을 공부만 하고 있었지요. 공부만! 당연히 지금도 계속하는 공부지만 속도를 늦추고 있습니다. 언행일치. 실천하지 않는 학문이 무슨 소용일까요? 


심리상담 분야에는 이런 조언도 있습니다. 



내담자에게 권하는 행동을
스스로는 할 수 있는가?
(하고 있는가?)



부끄럽지요. 교과서에서 나온 내용, 책에서 배운 것들을 그대로 읊는 것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조금 고급스럽게 포장하거나 내 머릿속에서 2차 가공을 거쳐서 조금 더 독특해지면 더 가치가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그것도 생각일 뿐입니다. 아무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실천을 담지 않은 생각은 공허한 메아리와도 같습니다. 



행(行)의 중요성!



삶은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도 일 분 일 초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공부만 하고 있으면 삶은 저 멀리 도망갈지 모릅니다. 심지어 공부는 우리를 기만하기도 합니다. 인문학 공부, 심리학 공부, 정신분석(전통적인 정신분석 말고 정신을 분석하는 모든 방식, 결국 정신분석을 포함) 같은 것들이 그렇습니다. 혹시 내가 왜 책을, 블로그를, 온갖 정보를 이렇게 열심히 읽는지 궁금해 한 적 없나요? 


공부는 때로는 우리를 배신합니다. 사실은 우리가 배신하기로 선택한 것이지요. 무의식 중에 은밀하게 교묘하게. 공부를 하는 동안 살지 않기로 무의식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삶을 회피하기 위해서 심리학을 열심히 파고 들 수도 있습니다. 정신을 분석하고 있는 동안 생생히 펼쳐지고 있는 삶을 외면해도 좋다는 마음의 결재를 받습니다. 은밀하게 교묘하게. 


삶은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도 흐르고 있습니다. 내가 하는 공부가 삶의 흐름에 합류하지 않기 위한 공부는 아닌지, 그런 마음의 계략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쯤 점검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삶을 살게 하는 공부, 삶에 방점이 찍힌 공부라야 제대로 된 공부일 것이며 삶의 한 톨도 무심결에 흘려 버리지 않는 진정한 공부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달리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생각을 달리고 있는 것인가. 


엉뚱하게도 달리는 중에 든 생각이 말합니다. 



나에게 속지 마라.

생각 선생 왈.



진정 공부가 되려면 갈고 닦고 삶의 현장에서 부딪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 선생이 말합니다. 생각 선생은 공부가 쿵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심리학 쿵후, 정신분석 쿵후가 될 때에야 심리학도 정신분석도 쓸모가 있다고 말합니다. 쿵후! 쿵후의 행자처럼 밥 짓고 청소하고 설거지하는 중에 진정한 공부는 탄생합니다. 공부의 시작과 끝에는 언제나 아주 평범한 일상, 삶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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