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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Oct 25. 2022

블로그 글쓰기의 깨달음, 나태한 행복

[1분 인생 힌트] 블로그 글쓰기의 깨달음, 나태한 행복


오늘은 일단 고백부터 하려고 합니다. 

자주 또는 가끔 찾아오시는 이웃님들 감사합니다!

정말입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지인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헉 네가? 뭐 블로그? ㅋㅋㅋ 조만간 공중부양할 것 같더니 블로그를 한다고?' 뭐 그렇습니다. 산도 강도 바뀌는데 사람 마음 바뀔 수도 있지요. 공중부양을 기대했던 지인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넵니다. 저를 아끼고 지지해주었던 분들, 공중부양은 다음 생을 기약해야 할 거 같아요..



그만큼 뭔가 썩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은 블로그 글쓰기를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방문자 수와 조회 수가 늘지 않는데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읽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도 지속하고 있다니 저 스스로도 신기합니다. 이 와중에도 블로그 글쓰기를 계속하게 원동력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 새삼 생각난 게 있어서 적어 봅니다. 



나태한 진심은 열정과 행복을 싣고 온다.


블로그 방문자 수와 조회 수가 신경이 안 쓰인다면 그건 거짓말입니다. 명백한 거짓말이지요. 그래도 전보다는 관심이 많이 줄었습니다. 방문자 수와 조회 수를 신경 쓸 때 받는 스트레스와 긴장감, 압박감보다는 글 쓰는 것 자체에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글쓰기 훈련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블로그는 그 도구지요. 내가 매일 글을 쓰게 만드는 도구. 약간의 강제력을 부과하는 도구입니다.  


뭐 이런 글을 쓰나, 스스로도 웃기다고 생각하면서 쓸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글이야말로 재미가 쏠쏠합니다. 어떤 때는 혼자서 키득거리면서 씁니다. 어떤 때는 혼자서 감동하기도 합니다. '아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이렇게 글을 쓰다가 보니 -다른 말로 하면 생각나는 대로 막 쓰다가 보니- 자유롭기도 하고 재미도 있고 감동도 하고 삶을 한 번 더 통찰하게도 됩니다. 


하루 100여 명 들어오는 블로그가 절필이라고 하면 우습지만 때로는 이마저도 재미없고 귀찮으면 언제든지 그만둘 태세도 되어 있다는 점이 썩 마음에 듭니다. 스님들이 안거에 들어가듯이 나도 필요할 때면 몇 달이고 블로그를 놀릴 생각입니다. 블로그도 놀고 나도 놀고. 세상살이 다 놀자고 열심히 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 재미있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해야지, 블로그 글쓰기가 일이 되어 삶을 장악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언제든 재미있게 놀다가 때 되면 떠나겠다는 홀가분함. 오호, 이렇게 글만 적어도 홀가분함이 홀가분하게 밀려 옵니다. 


청풍명월에
블로그 글쓰기

오 이 놀라운 한가함이여.



블로그 글쓰기가 재미있는 요즘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몇 안 되는 이웃님과의 소통은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그 부분에 있어서 나태하기 짝이 없습니다. 몇 번 반성도 해보았지만 글쎄요,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안 된다고들 하지요. 일관성 있는 나를 사랑하기로 합니다. 활발하게 댓글을 주고 받을 것인가 나태하게 진심을 주고 받을 것인가, 선택을 하라고 하면 여전히 나태한 진심이 마음에 듭니다. 



나태해도
진심이다.



소통이 소 여물통에 든 메뉴처럼 뒤범벅인 시대. 소통 아닌 소통을 하느니 홀로 한가함을 택합니다. 그리고 바람결에 기쁜 소식 들리거든 느릿느릿 진심으로 축하를 건넵니다. 조금 느려도 아니 많이 느려도 내 걸음걸이라면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 이렇게 나태하게 살아도 행복하다면, 열심히 살지 않아도 행복하다면 나태해도 좋습니다. 나태할수록 좋습니다. (이런 궤변 아닌 괴변이..)


그런데 이런 마음에 생기가 샘솟습니다. 좀 과장하자면 이런 마음일 때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뭐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절대 공부하지 말라고 하면 이상하게 공부도 아주 조금은 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나태하게 행복한 삶에 생기가 돕니다. 이런 마음에는 열정도 살아납니다. 다시 해보고 싶고 새로 도전하고 싶고. '하고 싶다!'고 마음이 외칩니다. 마음이란 게 아주 요물입니다. 아주 그냥 푹 쉬라고 했더니 금세 벌떡 일어나버리지 뭐예요! 


블로그 글쓰기가 재미있는 다른 이유가 거기서 출발합니다. 블로그에 하나 둘씩 생각난 것들을, 심리상담과 인생살이에서 보고 배우고 체험한 것들을 적어놓다 보니 이상하게 다시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잊을 만하면 예전에 내가 떠들어댔던 것들이 생각나 마음을 다잡기도 합니다. 지난 시간에도 적었지만 내담자에게 권유만 했을 법한 행동을 다시 실천하게 됩니다. 하기 싫어도 하나라도 해보려고 하며 좌절스러울 때라도 한 번만 낙담하고 계속 해보려고 합니다. 블로그에 적어 놓으니 이상하게 자기 스스로 약속을 지킵니다. 아무도 요구하거나 강제하지 않았고 스스로도 강박적으로 지키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적었으니 한다, 뭐 이런 마음 같습니다. 


그렇게 하다가 보니 이상하게 성과가 쌓입니다. 전에는 마치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아무리 죽어라 달려도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열심히 진을 빼며 노력하는 것 같아도 큰 성과가 없는 것 같았는데 말이지요. 오히려 성과를 내지 않으려고 하니까 성과가 나는 이런 이상한 사태. 어차피 노력해도 별 성과가 없는 거 한가하게 놀아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더니 오히려 더 많은 것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런 신비. 블로그 글쓰기는 도 닦는 과정과도 유사한 듯 합니다. 도 닦을 때 힘 빼고 쉬라는 이야기를 허구한 날 듣는데 블로그 글쓰기가 그것을 체감하게 해주었습니다. 


글이 이리 휘청 저리 휘청거리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휘청거리는 글들을 읽다가 지금 쯤이면 제 마음에 부는 한가한 바람이 당신의 마음에도 불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나태하지만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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