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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Oct 25. 2022

돈 철학과 정신건강 (심리고수 이효리)

[1분 인생 힌트] 돈 철학과 정신건강 (심리고수 이효리)


티브이는 잘 안 보지만 지인에게서 연예인 이효리의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부부싸움인지 갈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이효리가 이런 이야기했다지요. 효리네가 부부싸움과 갈등이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 명료했습니다. 



우리는 돈이 많잖아요.
돈 문제는 없거든요.



정확한 멘트는 기억이 나지 않고 지인에게 건너 들은 이야기니 더욱 더 원래 멘트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쨌든 돈! 돈이 많으니 싸울 일이 적다는 말은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말이었습니다. 너무 적나라해서 -사실 적나라할 것도 없이 아주 담백한 사실인데- 우리가 피하는 사실은 돈이 정신건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소 쿨. 역시 이효리! 

하지만 그 얘기를 듣고 살짝 서글퍼졌습니다. 부자가 아닌 나는 정신건강을 어떻게 지켜야 하나? 이 글에서 그 서글픈 내면을 풀어 봅니다. 



돈 있든 없든 행복은 자유


돈, 중요합니다. 유물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생각보다는 많이 중요한 것이 돈입니다. 돈이 있어야 교육도 받고 운동도 하고 치료도 받고 상담도 받고 건물도 사고... 그렇죠. 돈이 있어야 생계를 꾸릴 수 있으며 부자가 될 가망이 있습니다. 당장 몸이 건강하기도 쉽고 정신도 건강하기도 쉽습니다. 살림살이 넉넉하고 등 따시고 배부른데 우울하기는 좀처럼 어렵겠지요(라고 썼지만 이 중에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상담실을 찾긴 합니다).


중요한 것은 돈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을 활용해 거래를 하고 돈을 버는 사람이라면 돈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이 돈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모든 것으로 교환할 수 있는 돈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심지어 사랑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하는데 그것이 약간 과장된 말이라고 해도 완전히 과장된 말은 아닙니다. 돈 없이 사랑(연애와 결혼)이 있기도 참 힘듭니다.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 연구에서는 연구에 따라 약간의 차이도 있고 성별과 국가에 따라도 차이는 있지만 대략 7000만원 ~ 1억원이면 행복이 정점을 찍는다고 합니다. 물론 1억 이상에서도 삶에 대한 만족도는 조금씩 더 커질 수 있지만 행복감과는 다르지요. 배고플 때 먹는 짜장면 한 그릇과 배부를 때 먹는 짜장면 한 그릇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풀코스 정식을 돈이 없어 못 먹는 것과 돈이 있어도 안 먹는 것도 다른 문제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풀다 보면 논리는 간단해집니다. 1억 정도까지는 계속 행복해질 수 있다는 얘기잖아, 오예! 1억 연봉, 가즈아! 그렇지요. 1억을 벌 때까지 노력하면 됩니다. 그러면 아마도 더 큰 행복이 구매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1억을 벌 가망이 없거나 1억을 벌 노력을 하고 싶지 않은데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정신도 더 건강하고 싶다면? 


뒤집어 봅니다. 어차피 지금 1억을 벌 가망이 별로 없다면 1억이 가져다 줄 '행복'을 당겨 올 수는 없을지 생각해봅니다. 돈이 가져다주는 '자유로움'을 돈 없이 누리는 것은 불가능할지, 돈이 구성하지 않는 행복에는 무엇이 있을지도 고민해봅니다. 


분명한 것은 돈에 얽매이면 마음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1억을 벌고자 하는 이유는 돈에서 구속되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싶은데 돈이 없어 못하니까 돈을 더 벌어서 더 많은 것을 누리려고 합니다. 정신적 한계든 경제적 한계든 한계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자유를 원하는 마음! 그래서 우리는 돈에서 자유로워지고자 기꺼이 돈에 자기를 얽어맵니다. 당분간,이라는 약속을 하고 말이지요. 


이런 모순이 있을까요. 자유롭고 싶어서 기꺼이 자기를 속박하다니요. 지금 속박 당하면 미래에는 더 자유로울 것이라는 오래된 신화를 우리는 믿고 따릅니다. 이 논리는 이상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굳이 논리를 벗어나 자유롭게 한 가지 의문을 던져봅니다. 



지금도 속박 당하지 않고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걸까?


 오? 그게 가능하다면 지금도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겠지요. 1억을 벌어도 좋고 안 벌어도 좋을 수 있다면? 그러니까 지금도 이미 충분히 행복해서 1억은 행복의 부록 정도가 될 수 있다면? 이 쯤 되면 정말 정말 미안한 말씀이지만 '정신 승리부터 하자. 일단 행복하고 보자'는 진부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지금의 삶에서
추가로 바라지 않는다.



아예 처음부터 돈에서 자유롭게 살기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되는 것만 한다, 살 수 있는 것만 산다, 할 수 있는 것만 한다, 그것만이 실제로 가능하므로. 그리고 그걸로 족하다, 그것만이 지금 내 삶이므로' 뭐 이런 생각의 전개입니다.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내 삶이 좋고 없으면 없는 대로 내 삶이 좋다는 경지에 올라야 합니다. 경지라고 표현했지만 지금처럼 부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일반적인 사고방식이었을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돈 자체에 무심해지는 것이지요. 


이효리의 돈 철학이 그것이 아닐까 합니다. 돈이 이미 충분히 많으니까 돈에 무심해지는 것. 그래서 돈에 구애 받지 않는 느낌으로 사는 것. 돈으로 인해 다른 삶의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것. 돈 생각하면서 일상의 제약을 걸지 않는 것. 물론 이효리는 돈이 매우 많아서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우리도 각자의 형편에 맞게 이효리의 돈 철학정신은 따라할 수 있습니다. 


돈?
돈이 돈이지 뭐.


돈을 원해도 됩니다. 지금의 삶에서 추가로 원해도 됩니다. 얼마든지 그래도 됩니다. 얼마든지 더 벌어도 됩니다. 버는 동안 행복하고 벌고 나서도 행복하면 일생 행복하니 참 좋겠지요. 벌 수 있다면 벌고 행복하면 됩니다. 노력한 대로 결실을 맺으면 기쁘겠지요. 벌 수 없다면 안 벌고 행복하면 됩니다. 내 의지대로 삶을 선택하니 그 또한 기쁘겠지요. 말장난 같지만 여기에는 고결한 인간의 자유의지가 숨어 있습니다. 내 맘대로 살고 싶다면 내 마음부터 내 맘대로 하는 고결한 자유의지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돈이 많아서 
돈에 무심하고 마음이 자유롭든 
마음이 원래 무심하고 자유로워서 
돈에 무심하든.



무심하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복잡한 마음에는 정신건강이 깃들지 않습니다. 마음의 견지에서 보면 지금 자유로워야 나중에도 자유롭습니다. 지금 구애받지 않는 연습을 해야 나중에도 구애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도 행복할 줄 알면 아무것에나 행복할 수 있습니다. 무심하면 돈이 많든 적든 행복은 따 놓은 당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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