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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Oct 25. 2022

행복을 알아보는 행복 (눈동자 흔들림 멈추기)

[1분 인생 힌트] 행복을 알아보는 행복 (눈동자 흔들림 멈추기)


심리상담은 궁상 맞은 짓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내 마음을 들여다 보는 작업은 겉으로 보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듯 합니다. 하지만 눈동자를 보면 뭔가 생각하는 듯 하긴 합니다. 뭔가 중요한 생각을 하는 듯 보이지요. 눈동자가 계속 흔들리고 있지요. 일명 눈알을 굴린다고도 합니다. 


눈동자 흔들림. 

우리가 눈동자를 굴릴 때는 머릿속에 뭔가 지나가고 있는 것이 틀림 없습니다. 표정이 멍할 때는 생각도 멍할 때지요.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일 때는 생각, 감정, 감각, 이미지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내 안에 감각되는 이것이 무엇인지 포착하느라 눈동자는 바쁘게 움직입니다. 밖에 어디를 봐도 생각과 감정과 감각과 이미지는 없지만 눈동자는 하릴없이 움직입니다. 눈의 태생적 한계지요. 밖을 보도록 생겨 먹었으니까요. 


눈동자를 멈추는 기술을 계발할 때입니다. 



흔들리는 눈동자를 멈추면 이 땅이 천국


눈동자를 열심히 굴릴 때 우리는 행복을 내쫓고 있습니다. 훠이 훠이, 행복아 도망가라! 눈동자는 소리칩니다. 나 지금 생각하기 바쁘니 행복아 오지 마라, 네 설 자리 여기 없다. 이렇게 떠들어 댑니다. 흔들리는 눈동자에게는 행복이 깃들지 않습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나뭇가지에 새가 앉을 리 없습니다. 


행복이 찾아오게 두려면 눈동자를 떨지 않아야 합니다. 눈동자 흔들림이 멈출 때 우리는 행복을 알아 봅니다. 눈동자가 계속 움직인다는 것은 무언가를 계속 탐색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끊임없이 찾고 있는 마음. 눈동자는 적과 아군을 식별하고 그 무엇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무지 바쁘게 움직입니다. 흔들리고 싶지 않아서, 안정을 찾고 싶은 마음에 눈동자는 계속해서 불안정하게 움직입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움직임이 곧 마음의 흔들림입니다. 안정을 원하는 마음에서 나 자신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상하지요? 참 이상합니다. 마음의 흔들림은 눈동자의 흔들림으로 즉각 반영되어 나타납니다.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도 하지요. 눈은 정직하게 이야기합니다. 



나 사실 떨고 있어.


행복을 원한다면 멈추어야 합니다. 마음이 안 멈추거든 눈동자부터 멈추어야 합니다. 시선을 고정하고 정면을 흔들림 없이 바라보는 것입니다. 흐리멍텅, 맹탕처럼 초점을 잃으라는 건 아닙니다. 현실이 펼쳐지고 있는 일상의 세부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과거도 미래도 투영하지 않고 어떤 감정과 감정의 찌끼도 덧씌우지 않고 그냥 바라보는 것입니다. 명명백백하게 바라보는 것이지요. 좋은 생각도 나쁜 생각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 자신을 쏟아 붓지 않는 세상은 꽤나 맛깔스럽습니다. 



펜은 펜이요.
가방은 가방이요.



이 때 행복은 찾아 옵니다. 아주 진귀한 행복.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행복이 찾아옵니다.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행복입니다. 행복의 순간이 여여히 펼쳐지고 있는 순간에 행복을 알아보는 것뿐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로 행복을 알아 봅니다.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는 눈동자는 행복을 포착할 줄 압니다. 


마음이 멈춘 곳에는 천국의 소리도 들립니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립니다. 자동차 경적 소리도 들리고 가전기기를 포함해 백색 소음도 들립니다. 온갖 소리와 소음이 좋지도 싫지도 않을 때, 마음이 차분하게 멈추었을 때 행복은 이미 와 있습니다. 천국의 순간입니다. 마음이 멈추면 천국에 가지 않아도 이 땅이 천국임을 압니다. 행복하기 위해서 행복을 노력하는 것은 행복해지는 길이 아닙니다. 희한하게 들리겠지만 먼저 그리고 이미 행복하면 행복이 보입니다. 



행복을 알아보는 것은
'행복' 그 자신이다.


무엇을 찾고 있나요? 지금과 달리 무엇이 어떻게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눈동자는 쉼 없이 움직이면서 오히려 불안을 야기하는지도 모릅니다. 밖을 보면서도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덕지덕지 덧붙여 보고 있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눈동자는 끊임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눈앞에 명백히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으니 계속해서 찾을 수밖에요. 펜을 단지 펜으로 볼 수 있고, 가방을 단지 가방으로 보기 시작하면 눈동자가 바삐 움직일 이유는 없습니다. 찾을 게 없으니까요. 내가 찾는 것이 밖에 없다는 것이 명백히 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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