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심리상담, 환상과 자기 수용
[1분 인생 힌트] 가짜 심리상담, 환상과 자기 수용
심리상담은 종결을 약속하고 시작하는 만남입니다. 언제나 떠날 것을 염두에 두고 시작을 합니다. 시작부터 헤어질 것을 안다는 것은 슬픈 것 같지만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모든 세상만사, 만남 뒤에는 헤어짐이 있지요. 때가 되면 각자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시절 인연의 당연한 이치입니다.
서로의 만남이 끝난다는 것이 달가운 일은 아닙니다. 더더구나 깊은 속내를 내보였던 만남이라면 아무래도 아쉬움을 남기지요. 그래서 그런지 선뜻 아무렇지도 않게 떠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대한 깊이 들어가지 않고 유쾌한 만남을 유지하다가 얼른 자리를 파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그건 심리상담을 한 것 같기는 하지만 '진짜로' 심리상담을 한 것인지는 헷갈리게 합니다.
어느 날 이제는 정말 나아졌다고 쾌활하게 웃으며 떠나려는 그에게 헛헛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진짜가 되지 못한 가짜 심리상담의 속사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진짜 심리상담은 인정사정 안 봐준다.
짝퉁이 범람하는 시대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심리상담도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지요. 여기서 말하는 진짜와 가짜는 정파와 사파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파일 때도 심리상담은 가짜가 되기도 합니다.
가짜 심리상담은 가짜 만남에서 비롯됩니다.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정말로 마음을 주고 받지는 않는 느낌, 다들 어떤 느낌인지 알 것입니다. 주변부만 훑어대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을 때, 자기 이야기를 하더라도 아무 감정을 싣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때 우리는 가짜 심리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가짜 심리상담은 끝은 허무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좋아졌다고 성급히 떠나려는 그분도 속으로는 알고 있을 것입니다. 괜찮지 않다는 것을. 괜찮은 척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속으로는 이렇게 되뇌고 있는지 모릅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아무데나 이런 말을 가져다 쓰면 낭패입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것은 정말 그럴 때 그런 것이지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해도 되, 라고 하는 건은 자기를 속이는 행위입니다. 자기를 속인다는 것조차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자기 자신에게 또 속입니다. 속고 속이는 짜릿한 영화의 시나리오가 아니고, 혼자 속이고 속는 가운데 삶은 짜릿하기는커녕 지리멸렬해집니다.
괜찮다면서 웃는 가운데 자기의 아무것도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자기의 환상을. 견고하게 구축해 놓은 자기 마음의 디즈니랜드에 진실함이 진실한 복장으로 진실한 마음으로 진실하게 입장하려고 하면 절대 입장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심리상담이 그 부분을 건들기라도 하려 하면 냉큼 도망갑니다. 디즈니랜드는 영원히 디즈니랜드여야 하니까요. 어디 한 구석이라도 디즈니랜드가 아닌 것이 들통나면 안 되기에 디즈니랜드는 어느 누구도 입장할 수 없는 환상의 궁전과도 같습니다.
이제는 문제될 게 더 이상 없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하는 그를 보며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자기가 꿈꾸던 삶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알게 되기 직전 그는 심리상담에서 도망갑니다. 이미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을 테지요. 내가 가지고 있는 환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더 열심히 환상을 보호하고 가꿉니다. 그곳은 말 그대로 환상적입니다.
가짜 심리상담의 끝판왕이 자기 환상을 견고하게 하는 것이라면 진짜 심리상담의 끝판왕은 그 환상을 허무는 것입니다. 이를 좀 더 있어 보이는 말로 '자기 수용'이라고 합니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구나.
이렇게 인정하고 수용할 때 마음의 디즈니랜드가 허물어 집니다. 허물어 질 새도 없이 사라집니다. 디즈니랜드는 환상이었으니까요. 사실 안 될 것도 없는 것입니다. 원래부터 안 되고 있던 것이니 정말로 안 되는 것은 아니지요. 아침에 해가 밝으면 아지랑이가 어디로 갑니까. 그냥 사라집니다. 마음속에서 디즈니랜드가 존재한다고 상상했을 뿐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던 것입니다.
진짜 심리상담은 에누리가 없습니다. 절대 값을 흥정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to be or not to be, 존재하든지 존재하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입니다. 자기를 수용하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내 존재가 분명하게 존재할 때는 자기 수용이라는 말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있는 것은 분명히 있을 뿐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