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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Oct 26. 2022

자신감 회복, 사주풀이 별자리 점집 철학관을 찾는 마음

가수 철학자 신해철

[1분 인생 힌트] 자신감 회복, 사주풀이 별자리 점집 철학관을 찾는 마음(가수 철학자 신해철)


한때 명리학, 사주를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신기한 사주팔자. 여덟 글자 안에 들어 있는 내 운명, 사주풀이를 잘하면 정말 뭔가 알게 될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음양과 오행에 대해 익히면서 세상 만물에 스며들어 있는 이치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각각의 글자가 가지는 의미를 익히고 상생관계를 익히는 것은 재미도 있었지요. 그런데 공부를 할수록 난이도가 올라가고 뭔가 알 것 같았던 것들은 점점 더 모르겠는 상태로 변했습니다. 


별자리도 똑같이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별자리를 공부하면서 지인들의 별자리를 읽어주었을 때는 사주팔자보다 정확한 것 같아서 드디어 뭔가 찾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조금만 더 정확하게 읽어내면 훤히 꿰뚫을 수 있을지도 몰라! 저런, 망상이었습니다. 사주가 됐든 별자리가 됐든 공부를 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져들더군요. 어떤 이치에 도달하려면, 제대로 공부하려면 반평생을 바쳐야 한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알면 알수록 더 모르겠더라. 

(어떡하냐, 이 놈의 인생살이)


궁리를 할수록 이 궁리의 끝은 자신감을 겨누고 있었습니다. 



자신감 회복? 애초에 자기를 믿는데서 시작하기.


그 즈음에서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내 것이 아닌 것에서 헤매는 느낌, 아무리 찾아도 내 것이 될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지요. 지금도 왕성한 호기심 때문에 가끔 궁금해지는 때가 있지만 전처럼 '공부'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더 궁금해지던 것은 내 마음이었습니다. 사주와 별자리를 궁금해하는 이 마음, 심리학을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는 이 마음, 너무 갑갑할 때는 점집과 철학관에 가서 물어라도 보고 싶은 이 마음. 역시나 흔들리는 것은 늘 마음입니다. 이 마음에 더 호기심이 갔습니다. 



너 대체 무엇을 찾고 있느냐? 



성경에 목마른 자 나에게 와서 쉬라고 쓰여 있는 것은 인간의 이런 갈증이 아주 오래됐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대저 모든 종교와 철학은 인간의 목마름을 해결해보겠다고 인간이 고민한 흔적입니다. 인류 역사의 오래된 고민을 내가 하고 있으니 조금이나마 위로는 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요. 문제는 내 삶의 현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요, 해답도 내 삶에서 구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마음이 뭘까, 처음 질문이 시작된 자리로 돌아가 봅니다. 그 질문이 왜 시작되었으며 그 마음이 무엇인지 들여다 봅니다. 그러면 여지없이 발견하는 것은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자신감 부족. 자신감이 부족하니 무언가 든든한 기둥 하나 붙잡고 싶어서 이리저리 헤맨 것이지요. 부족한 자신감을 회복하려고 이리저리 기웃거린 것이지요.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은 모든 병폐의 시작입니다. 


신해철의 노래 가사가 떠오릅니다. 

청춘 여자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그러나 청춘 남자들은 열광하며 고음을 따라 지르게 했던 가수 철학자 신해철. 그의 많은 노래 중에서도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즐겨 듣지 않던 어떤 노래. 한 귀퉁이에 있는 것 같은 그 노래 가사가 청춘에게 계속 맴돌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노래 가사는 이렇습니다. 



세상에 속한 모든 일은
너 자신을 믿는 데서 시작하는 거야.



참 멋진 말이지요. 나 자신을 믿지 못하면서 다른 무엇을 하겠어요? 세상과 타인에게서 끊임없이 자극을 받게 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더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나 자신을 믿지 않고 뭔가 하고 싶다고 저지르는 일은 기초공사를 부실하게 한 채 건물을 높이 올리려는 것과도 비슷하지요. 아 자기를 믿지 못해 슬픈 짐승, 인간이여. 이 가사의 뒷부분은 아예 정곡을 찌릅니다.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완전히 바보 같은 일일 뿐이야.



적나라하지요. 정말 맞는 말이라 그냥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요. 사주풀이, 별자리 해석, 점집, 철학관을 찾는 것은 자신을 믿지 못하는 마음에서 출발해 자기를 무엇에 견주어 비교하려는 태도를 계속 강화시킵니다. 사주, 별자리, 점이 말해주는 것과 자기 자신을 비교합니다. 운명의 삶과 현실의 삶을 비교합니다. 비교하는 가운데, 자꾸 비교를 하면 부족했던 자신감이 회복되나요? 글쎄요. 


사주풀이 별자리를 안다고 해도 사주와 별자리가 변하는 것은 아니지요. 내 운명을 안다고 해도 운명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운명에 대처하는 자세, 삶을 대하는 태도는 변할 수 있지요. 그 자세와 태도는 사실 사주와 별자리를 몰라도 가능합니다. 오히려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을 때 더욱 가능한 것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아예 생각의 판을 새롭게 짤 수도 있습니다. 자신감이 무엇인가요? 자신감은 자기를 믿는 마음입니다. 아무것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이 자기 스스로 자기 자신을 믿는 것입니다. 사주, 별자리, 점집, 철학관에서 어떤 대답을 들어도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은 스스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허허벌판에 아무것도 없이, 밑도 끝도 없이 자기를 믿어보기로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대뜸 오늘 갑자기 자기를 믿어주기로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것을 두고 근자감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자기는 아무래도 근자감을 가질 수 없어서 그런 것일수도 있습니다. 가질 수 없는 것이 부러워서 근자감이라 하는지도 모르지요. 근거 없는 자신감. 해답과 풀이를 참고하지 않으려는 그 마음은 무엇인가요? 사주, 별자리, 점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에서 이 고민을 다시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제대로 질문하고 침묵하면
놀랍도록 신선해진다.

나무둘 왈.



오늘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나는 어느 언덕에 기대고 어느 발판에 발을 디밀고 버티려고 하는지. 기대고 의지하려는 마음에 자주 속아 버리는 나 자신을 되돌아 봅니다. 아무것 없이도 자신을 신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가 원래 자기에게 의심 없이 살아간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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