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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Oct 26. 2022

행복의 척도, 자기기준 낮추기

[1분 인생 힌트] 행복의 척도, 자기기준 낮추기


심리상담을 어느 선에서 마무리하면 좋을지 내담자와 이야기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가져왔던 큰 이슈는 해결이 되었고 아직 뭔가 더 있는 것 같고 더 이야기하고 싶기는 한데, 그러자니 언제까지 상담을 받아야 할지 궁금해지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대뜸 행복해지고 싶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상담의 목표로 행복이라! 좋습니다!  


그런데 행복이 뭘까요? 심리상담으로 도달하려는 그 행복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심리상담으로 다루든 말든 하겠지요. 여기에서 묘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행복의 비결에는 우리가 아주 쉽게 간과하는 것이 숨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풀어 봅니다. 


행복, 대관절 넌 누구냐?! 



해야 할 것도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없다.


행복하고 싶다면 행복하기를 바라면 안 됩니다. 행복하기를 바라지 말고 지금 바로 행복해야 합니다. 바라는 마음에는 행복이 깃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냥 지금 있는 조건에서 행복하기를 선택할 때 우리는 행복합니다. 행복하기를 바라는 순간 우리는 지금 있는 조건이 어딘가 달라지기를 원합니다. 그건 지금 있는 것에 만족할 수 없다는 뜻이니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행복해지는 것은 참 어렵겠지요. 


불만족스러운 마음의 토양에서 행복의 씨앗이 자라기는 힘듭니다. 지금 있는 것들에서 불만족할 때 우리에게는 어떤 기준이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에 부합하면 만족이요, 내가 가지고 있는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불만족이 됩니다. 내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지금의 조건이 만족도 되고 불만족도 되는 것입니다. 지금의 조건이라는 것은 내 행복을 좌우하는데에 절대적인 것이 아닌 것이지요. 


대담한 생각을 해 봅니다. 아무때나 아무것에나 만족하면 어떻게 될까요? 일찍이 공자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노자가 말씀하셨다면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은 이 말씀. 



해야 할 것도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없다. 



공자님 말씀이 군자는 그저 때와 상황에 맞춰 인을 펼치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공자는 큰 벼슬 한 번 제대로 못한 채로 천하를 주유하며 세상에 큰 가르침을 펼쳤지요. 공자가 째째하게 나 같이 큰 인물에게 큰 벼슬을 왜 안 주냐고 여기저기 소리치고 다녔다면 지금의 공자 같은 지위를 얻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공자가 공자가 된 것은 벼슬 주면 하고, 벼슬 안 주면 안 한다는 배포 때문입니다. 그까짓 거 뭐~ 


군자가 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해도 일상에서 쉽게 행복해지고 쉽다면 '해야 할 것도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없는' 정신을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만 세상이 돌아가야 행복하다면 세상살이가 참 피곤할 수도 있습니다. 행복을 맛보는 게 하늘의 별따기 같아서야 세상 살 맛이 나겠어요? 


행복하고 싶다면 해야 할 것이든 하지 말아야 할 것이든 내 기준을 약화시키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상황을 바꾸려면 시간도 걸리고 노력도 많이 들고 결국에는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내 기준은 마음만 먹으면 바로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얻을 수 있는 행복이 그런 행복입니다. 내 기준을 아예 없애 버리면 그냥 일상이 황홀경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되어야 한다, 저렇게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없다면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충족된 상태일 테니까요. 


사물을 보면서, 상황을 보면서 판단을 거두는 연습을 해 보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집니다. 남에게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즐겨 받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충조평판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나 자신을, 내 삶을, 내가 사는 세상을 어떻게 대했는지 돌아보면 좋겠지요. 내가 충조평판하면서 스스로 불행을 키우지는 않았는지 점검해보는 것입니다. 내가 충조평판을 거두면 내가 행복해지기 십상입니다. 


내가 행복한 사람인지 아닌지 알고 싶다면 내 기준이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확인해 보면 됩니다. 내 기준이 높고 강하면, 다른 사람과 세상에 요구하는 게 많다면, 행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 기준이 낮고 약하면, 다른 사람과 세상에 요구하는 게 적다면, 행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 기준이 없어지면 없어질수록 나는 행복해집니다. 행복의 척도는 '자기 기준을 얼마나 내세우느냐'입니다.  


기준도 없이 사는 게 사람이냐고 묻고 싶거든 공자를 바라봅니다. 공자 같은 인류사의 몇 안 되는 인물이 그렇게 말했다면 믿어 볼만 합니다. 따분하게 인의예지나 가르쳤을 것 같은 공자가 노자스럽게 그리 말하고 그리 살았다면 우리도 그 길을 믿고 가봄직합니다. 기준 없이 사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기준을 내세우는 동안 얼마나 행복해졌는지 되돌아 보면 좋습니다. 그동안 쉽게 행복해졌다면 계속 내 기준을 내세우면 될 일이고, 행복하기가 어려웠다면 이제 다른 길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지요. 


당신이 옳다고 말하면 당신이 좋아합니다. 그런 당신이 이런 나 또한 옳다고 말합니다. 우리 모두 옳으니 '내 기준'이고 '네 기준'이고 쓸모가 없습니다. 기준대로 따지면 둘 중 하나는 틀려야 하는데 둘 다 맞으니 말이지요. 희한하게도 기준이 없는데 우리는 모두 옳습니다. 모두가 옳으니, 옳으니 그르니 따질 것도 없어지고 모두가 행복해집니다.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내가 정하면 피곤해집니다.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내가 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때와 상황이 주어질 때 얼마든지 응할 수 있도록 내 기준이 탄력적이면 나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이래도 행복, 저래도 행복. 자기 기준을 낮추면 눈앞에 두고도 보지 못했던 행복을 더 잘 볼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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