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둘 Oct 27. 2022

부정적 감정 껴안기(잘랄루딘 루미 시, 여인숙)

[1분 인생 힌트] 부정적 감정 껴안기(잘랄루딘 루미 시, 여인숙)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예전에 화제가 되었던 영상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하철 당산역에서 취객을 껴안았던 한 청년의 이야기. 다들 기억하시나요?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다시 영상을 보니 또 한 번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영상을 보다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리상담에서도 하는 일이 저건데. 

취객을 안아주는 청년을 보면서 잠깐 스친 생각을 나누어봅니다. 



어렵지 않아요. 그저 안아주세요. 


우선 영상부터 보시지요. 

짧습니다. 

금방 봅니다. 



심리상담에서 우리가 하는 것도 우리 자신의 감정을 껴안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감정이든 내가 내 감정을 껴안을 수 있다면 마음은 다시 잠잠해질 수 있습니다. 


취객 같은 감정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안겨야 할 감정입니다. 술 취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내 속을 난장판을 만드는 감정이라도 그것을 달래는 유일한 길은 그 감정을 껴안는 것입니다.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려는 감정이라도 그것을 달래는 유일한 길은 그 감정을 껴안는 것입니다. 감정을 다스리고 조절하고 제압하는 유일한 방법은 감정을 껴안는 것입니다. 감정이 다른 감정을 파생시키지 않고 그 하나에서 끝나려면 감정을 껴안고 토닥이는 방법이 유일합니다.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선한지 선하지 않은지 옳은지 그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감정을 껴안고 토닥이는 방법이 유일합니다. 


분노, 슬픔, 우울, 좌절, 절망, 두려움, 부끄러움, 미안함, 후회, 수치심, 죄책감 등등. 그 어떤 감정이라도 그 감정이 소리치는 메시지는 한 가지입니다. 



나를 안아줘!



네. 안아주면 됩니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저 안아주세요. 


어떻게 안을까요? 

저 영상에서처럼 꼭 끌어안으면 됩니다. 난리를 부리고 난동을 칠수록 꽉 껴안고 토닥이면 됩니다. 감정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든 들어주면 됩니다. 감정이 저 스스로 스르륵 풀리도록 들어주면 됩니다. 


좋아하는 시, 잘랄루딘 루미의 여인숙이 떠오릅니다. 그 감정 모두가 안내자라고 하는 루미의 전언을 다시 들어 봅니다. 나는 오늘 어떤 손님이든 환대할 수 있는 여인숙인가, 생각해 봅니다. 


<여인숙> 

-잘랄루딘 루미(류시화 옮김)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거나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들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성공과 실패는 사후해석의 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