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팅데이 cheating day
피곤해서 잠을 더 잤더니 더 피곤합니다. 새벽 기상을 잘해오고 있었는데 어떤 일을 기점으로 들쭉날쭉합니다. 하루 건너 하루나 이틀 건너 하루로 새벽 기상을 했다가 늦잠을 잤다가 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아 따듯한 이불을 떠나기가 싫습니다.
사실 새벽 4시에 눈이 뜨이긴 합니다. 기분이 나쁘지도 않습니다. 겨우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벌떡 일어납니다. 일어나서 알람 있는 데까지 걸어가서 알람을 끄고 다시 눕습니다. 그리고 고민을 합니다. 날이 아주 캄캄하구나. 조금 더 누워 있어 볼까? 어제는 조금 무리하기도 했잖아.
이런! 어김없이 유혹에 지고 맙니다. 생각은 나의 친구가 될 때보다는 적이 될 때가 많습니다. 오늘도 늦잠을 잤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군요. 오늘은 이 현상을 생각해 봅니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의 특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2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자발성과 창의성. 심리상담을 받더라도 이 2가지가 준비되어 있는 분들은 앞으로의 미래가 아주 밝습니다.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자발성', '창의성'이라는 이런 딱딱한 단어로는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느낌이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하면 딱 그 느낌이 오지요.
팔딱팔딱 살아있네!
팔딱이는 물고기처럼,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처럼 살아 있는 사람.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 그것이 자발성이 있고 창의적인 사람이지요. 이런 생동감을 지닌 사람이 정신이 건강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갑자기 정신이 건강한 사람의 특징을 이야기한 것은 루틴에 자발성과 창의성이 담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처음에는 활기차게 의욕 넘치게 시작했던 루틴이 무거운 과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면 그건 루틴으로써의 효용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잘 살아보고자 하는 루틴이 나에게 수갑을 채워 버리는 느낌이라면? 차라리 루틴이 없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겠지요.
처음에 실행하던 루틴은 아주 바람직한 행동들을 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씩 실천하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하루하루를 잘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을 테지요. 그런데 반복되는 것에서 매일 똑같은 느낌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엄청 먹고 싶던 아웃백을 매일 가야 한다면, 의무적으로 가야 한다면 과연 매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요? 아니겠지요. 우리가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증거입니다. 따듯한 심장이 뛰고 있는 인간.
생동감을 잃어버린 루틴은 루틴이 아니옵니다. 루틴을 실행하는데 지겨워 죽겠다면, 죽기 전에 루틴을 바꿔야 합니다. 루틴을 실행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발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것입니다. 루틴은 그것들을 키우고 유지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일 뿐입니다. 죽기보다 하기 싫은 루틴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시 하고 싶은 루틴으로 재조정할 일입니다. 루틴이 매일 나 자신을 팔딱팔딱 살아있게 하지 않는다면 이제 바꿔볼 시간이 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발성과 창의성이 담긴 루틴으로 바꿀 수 있을까? 그건 참 어리석은 질문 같습니다. 루틴이라는 것은 매일 반복해서 하는 짓을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루틴은 반드시 지겨워 질 수밖에 없는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역설 속에서, 그럼에도 자발성과 창의성을 루틴에 담고 싶다면, 루틴을 통해 팔딱팔딱 다시 살아있고 싶다면, 정기적으로 루틴 자체를 리모델링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입니다. 루틴을 리모델링하는 루틴을 가끔씩 하는 것입니다.
치팅데이 = 루틴을 리모델링하는 날
오래된 집에 도배 장판을 새로 하듯이, 하다못해 방의 일부라도 페인트칠을 하듯이 루틴을 리모델링하는 것입니다. 그런 날을 치팅데이라고 불러 봅니다. 다이어트를 꾸준히 하다가 지금까지의 성공을 자축하면서 하루 정도 마음껏 먹고 마시는 날, 몇날 며칠 트레킹을 빡세게 하다가 하루 정도 푹 쉬어가는 날. 그런 날을 치팅데이라고 하지요.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먹고 놀고 쉬어가세! 이런 것이지요. 아흐 생각만 해도 좋군요~ (그렇다고 만날 치팅데이하면 그건 치팅 데이 cheating day가 아니라 치팅 라이프 cheating life입니다.)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습니다. 오늘은 치팅데이입니다. 치팅데이를 가지면서 루틴을 리모델링하는 날입니다. 루틴의 군살을 제거해봅니다. 뺄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가 보입니다. 괜히 유지하고 있었던 루틴. 성과도 없이 습관적으로 하고 있던 루틴을 제거합니다. 루틴으로 치고 있지도 않았지만 루틴하게 하고 있던 것. 저녁에 뉴스 보기를 뺍니다. 저녁에 뉴스를 보고 있을 때는 대개 스트레스를 받아서 넋 놓고 있을 때입니다. 저녁 8시 이후로는 핸드폰을 손에서 놓기. 참 안 되는 것이지만 의식적으로 안 하기로 해봅니다.
그리고 핵심 루틴을 정리해봅니다. 루틴을 빼고 넣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지켜나갈 루틴. 앞으로도 꾸준히 지킬 루틴. 음. 새벽 기상과 운동을 뺄 수는 없겠네요. 어떤 핑계를 대도 이것만큼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게 하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핑계를 대려고 해도 댈 수가 없습니다. 핑계를 대고 싶지만 아무 대책이 없습니다.
결국 내일도 새벽 4시에 벌떡 일어나서 운동하기로 합니다.
일단 오늘은 치팅데이를 마음껏 즐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