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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Oct 27. 2022

외로울 때 대처법, 외로움에 장사 없다.

[1분 인생 힌트] 외로울 때 대처법, 외로움에 장사 없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

예쁜 단풍도 지고 낙엽이 쌓이는 게 보이고 있습니다. 하늘은 맑고 햇빛은 눈부신데 어느덧 성큼 겨울의 예고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주위에서 외롭다는 이야기가 더 많이 들립니다. 


외롭다는 이야기는 상담실에서도 많이 듣는 이야기입니다. 외로울 때에는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이야기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참 많이 듣습니다. 심리상담을 공부하고 상담을 해 오면서 그리고 삶을 살아오면서 외로움에 대해 한 가지 생각이 정리되었습니다. 


오늘은 외로움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 봅니다. 



외로움에는 장사 없다. 


거리에 낙엽이 뒹굴기 시작하면 긴 코트를 입어도 어느 틈인가로 스며드는 찬바람. 그 바람은 외로움을 싣고 내 안으로 침투합니다. 그리고 속삭이지요. '너 외롭지? 이 외로움 느껴볼래?' 잔인한 유혹. 아 속수무책입니다. 가련한 인간, 외로움을 안 느끼고 사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트라우마 생존자나 자살 위기자에 대한 상담 교육을 받을 때 늘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자기를 알아봐주고 호응해주면 살아갈 수 있다고. 회복 탄력성에 대한 연구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극악한 상황, 붕괴된 가정, 지지 자원을 찾아보기 힘든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도 자기를 믿고 지지해주는 단 한 사람이 있으면 건강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곁에 사람이 필요합니다. 


단 한 사람. 내 존재를 인정하고 수용해주는 한 사람이 없으면 그것이 진정한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외로움은 그 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감정일 테지요. 내 존재가 위급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으니 외로움을 절절히 느끼게 하는 것. 우리는 그렇게 느끼도록, 그래서 살아남고 계속 존재할 수 있도록, 우리의 생존 시스템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나 봅니다. 


상담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전부 외로운 사람입니다. 그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사람이 있었더라면 상담실을 굳이 찾아오지는 않았을 테지요. 자기 내부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고 공감 받고 싶은 마음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입니다. 표면에 드러난 증상이 어떻든 그것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어서 찾아온 심리상담이겠지요. 그러니 모든 내담자는 외로운 사람입니다. 


외로운 사람은 내담자뿐만이 아닙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외롭습니다. 세상의 모든 문제가 왜 생길까요? 외로우니까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외롭지 않고 타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서로 얽힐 일도 없으니 많은 문제가 줄어들겠지요. 흔한 사랑 싸움, 사랑 놀음, 사랑 이야기는 왜 끝도 없이 변주되면서 온갖 글, 소설, 드라마, 영화 등으로 나오는 걸까요? 인류 역사상 만날 들어 온 이야기를 살짝 바꾸기만 했을 뿐인데요. 그만큼 우리는 사랑을 원하고 사람을 필요로 하고 외롭고 싶지 않다는 뜻일 테지요. 


사람은 모두 외롭습니다. 그것이 인간으로 태어난 숙명입니다. 상담실에서 외로울 때에는 어떻게 하면 되냐는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 내 마음대로 내린 답은 이렇습니다. 



외로움에는 장사 없다. 



인간이기 전에 포유류인 우리. 곁에 누군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우리. 개체로 생존하지 않고 군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생명의 법칙은 우리에게도 적용됩니다.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외로움. 그러니 내가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적어도 내가 이상한 존재는 아니라는 뜻이 됩니다. 아주 정상적인 심리적 과정입니다. 



너도 외롭냐?

나도 외롭다.



외로울 때에는 외로운 것이 좋습니다. 외로운 것이 정상입니다. 그것이 지금 내 마음입니다. 지금 무엇을 느끼든 내 감정은 언제나 옳습니다. 오히려 외로울 때 외로움을 극복하거나 해결하려고 하면 문제가 커집니다. 그런 의도로 시작한 행위는 외로움을 유보시킬 뿐입니다. 더구나 대개의 경우 강박적이거나 중독적인 방식으로 외로움에 대응해서 없던 문제까지 만들어 문제를 더 키웁니다. 


외로울 때에는 외로워도 됩니다. 외로울 때 잘 대처하는 방법은 외로움은 느끼는 것입니다. 외로움을 극복하거나 해결하려 들면 외로움은 더 아우성칩니다. 외로움을 없애려는 일련의 시도가 끝난 뒤에 숨어 있던 외로움은 더 극성을 부립니다. 



외로울 때 잘 외로워하기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는 말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봐도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분명히 압니다. 외롭기에 이렇게 세상이 돌아갑니다. 외롭기에 사람들이 서로 얽히며 주거니 받거니 살아갑니다. 외로움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누구나 외로워하기에 우리는 오히려 같은 감정을 가지고 사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이런 앎만으로도 외로움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 연결감이 있을 때 나만의 외로움은 우리의 외로움이 되고, 외로움은 점차 누그러집니다. 외로울 때 이처럼 잘 외로워하면 외로움은 스스로 위로를 받고 다음 감정에게 자리를 양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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