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둘 Oct 27. 2022

게으른 핑계, 후회하는 사람 바보!

[1분 인생 힌트] 게으른 핑계, 후회하는 사람 바보! 


나는 바보입니다. 

날이면 날마다 후회하는 나는 바보입니다. 


잡일을 할 때면 옛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청소를 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 옛 생각이 잘 나고 특히 편지봉투 접기나 망치질 같은 단순 반복 작업을 할 때 생각이 잘 납니다. 그리고 그 옛 생각은 주로 후회되는 일들입니다. 아 그때 왜 그랬을까? 그때 그 비트코인을 사기만 했어도! 쓸데없는 후회들입니다. 


후회! 

부처님께서 그러셨지요. 후회는 마음을 다 태운다. 가슴 치도록 후회를 해본 사람은 알지만 후회는 정말 마음을 다 태워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정말 답답해서 정말로 주먹으로 가슴을 치게 만듭니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실로 대인배입니다. 


끈질기게 들러붙는 후회. 

이참에 후회를 뿌리 뽑아봅시다. 



어차피 안 할 거면 후회는 왜 하나


후회를 뿌리 뽑자고 말했지만 사실 후회는 뿌리 뽑을 수 없습니다. 시작부터 이상하게 됐네요. 그렇지만 후회는 정말 뿌리 뽑을 수가 없습니다. 소인배들은 정말 후회를 뿌리 뽑을 수가 없습니다. 안타깝지요. 소인배들은 그냥 후회하며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왜 그런지는 바로 밑에 설명이 이어집니다. 


그렇다고 대인배들이 후회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인배들도 할 수 없습니다. 이 묘한 상황. 진실은 이렇습니다. 대인배들은 후회를 키우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인배들에게는 후회가 뿌리 내리지 않아서 뽑을 뿌리가 없습니다. 대인배들은 그렇게 살지요. 


소인배, 대인배로 나누어서 약간 능청맞게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한데 후회의 속성이 정말 그렇습니다. 후회는 있든지 없든지 둘 중의 하나입니다. 약간 있든 많이 있든 정도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후회가 시작되면 후회는 후회를 점점 더 불러오기 때문에 후회는 약간만 있더라도 삽시간에 커집니다. 


그래서 후회를 잘하는 사람은 과거 탐색형 심리상담을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거를 캐내어 봐야 끝도 없습니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게 땅속에서 계속 올라오는 고구마 줄기랑 비슷합니다. 후회를 잘하는 사람이 정신분석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요? 계속 후회할 거리가 늘어나고 진탕 후회하게 됩니다. 몰라서 후회 못하던 것들을 알게 되면서 더 많이 후회할 수 있게 됩니다. 후회 능력자가 되는 것이지요. 


후회하고 싶으십니까? 

정신분석을 받으세요! 


또 농담을 던지고 말았네요. 과거 탐색형 심리상담은 그런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심리상담사나 정신분석가가 잘 담아내고 포용하고 수용하면서 찬란히 따듯한 햇살처럼 비추어 주어서 내 삶이 명명백백 선명하게 해줄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사람들이 원하는 듣기 좋은 예쁜 말입니다. 먹기 좋은 떡이 늘 맛있는 건 아닙니다. 과거를 탐색하다가 보면 대개는 진창에 빠져 오도 가도 못하는 정신상태에 한 번쯤 들어갑니다. 그럴 때 우리는 스스로 그 진창에서 걸어 나와야 합니다. 정신분석가나 상담사는 따스히 곁에서 지켜보고 있을 뿐이니 스스로 걸어 나와야 합니다. 


후회를 안 하는 유일한 방법은 후회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 과거를 재조명하는 것도, 긍정적인 해석도 이보다 더 유효하지는 않습니다. 담배를 끊는 유일한 방법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입니다. 니코틴 패치를 붙여도 그건 보조 수단입니다. 살을 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식사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식사를 줄이지 않고 하는 모든 다이어트는 자기 눈속임입니다. 무언가를 끊고 싶다면 그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정 어려우면 대인배들을 따라해봅니다. 친구 중 한 명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어릴 적 친구들이 모인 자리. 다들 예전으로 돌아가면 이거 하고 싶다, 저거 하고 싶다며 웃고 떠들고 있었습니다. 무리에서 가장 웃기는 인간인 그 친구가 이상하게도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새삼 진지한 표정으로 친구들의 말을 듣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그런 가정해 본 적 없어.
맨날 '~할걸' 그러면 뭐해.
지금이나 잘 살지.



가장 웃긴 친구가 너무 진지하게 말해서 우리 모두 숙연해지면서 자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친구가 그렇게 웃으면서 재미있게 사는 비결을 그때 알았습니다. 가정법 따위는 없다. 과거는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 난 지금 재미있게 산다. 니들은 재미없게 살고 싶으면 이거 할걸, 저거 할 걸 그러면서 계속 후회나 해라!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워낙 웃긴 친구라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 친구가 자기의 개똥철학을 조금 더 설명해 주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하나도 안 웃기게 말했습니다. 후회하는 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거라고. 게으른 핑계나 대고 있는 거라고. 어차피 앞으로도 안 할 거면 후회도 하지 말라고. 후회하면 재미도 없는데 뭣하러 하냐고. 지가 산 인생인데 후회하면 바보라고. 


아뿔싸. 이 친구의 경지가 이렇게 높은지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후회도 하지 않고 사는데 더구나 웃기는 인간이라니! 저렇게 재미있게 살려면 후회 따위 그냥 안 하면 되는 거구나. 부러우면 지는 거지만 약간 부러웠습니다. 


마무리하면서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옷에 먼지가 묻으면 왜 묻었나 골똘히 생각하지 않습니다. 먼지의 성분이 무엇인지 분석하지도 않습니다. 무슨 먼지든 털면 그만입니다. 일단 털고 볼 일입니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하고 삽니다. 그 친구가 이렇게 말할 것만 같습니다. 



무슨 먼지든 뭔 상관이여.
일단 털어.
잘 털렸으면 그만이지.


작가의 이전글 고통 선택의 기술, 어깨 내주고 배 찌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