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선택의 기술, 어깨 내주고 배 찌르기

거창고 10계명

[1분 인생 힌트] 고통 선택의 기술, 어깨 내주고 배 찌르기(거창고 10계명)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선택이 쉬우면 인생이 쉬울 것 같습니다. 선택에 고민이 없다면 인생에 고민이 없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서 에너지 소모가 심합니다. 이 고민을 간단하게 해결할 수만 있다면?! 

심리상담에서 만나는 많은 고민도 이 지점에 닿아 있습니다. 이게 좋을까요, 저게 좋을까요? 사실 답도 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지만 하도 답답하니까 일단 물어나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자니 이게 걸리고 저렇게 하자니 저게 걸리고, 아 미치겠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답답한 속마음을 뻥 뚫어버릴 수 있는 해결책은 없을까요? 뚫어뻥 같은 해답은 아니지만 거의 정답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얻을 이득이 아니라 감당할 고통을 선택하기

검술에 전해져오는 격언이 있습니다. 무협지에서 봤는지 검도 관련 글에서 봤는지 아주 오래 전에 보고 뇌리에 박힌 문장입니다. 사자성어로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기억이 안 나고 요지는 이렇습니다. 

어깨를 내주고 배를 찌른다. 

어깨를 내주고 배를 찌르라니. 무시무시합니다. 사람 마음이 어깨도 배도 상처 입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반드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어깨가 찔리든 배가 찔리든 둘 중 하나를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어깨를 찔리겠다는 셈법입니다. 둘 중에 그나마 덜한 쪽을 선택하겠다는 것이지요. 

절체절명의 순간. 목숨이 오갈 때에는 나에게 타격이 덜한 쪽을 선택해야 합니다. 목숨이 달린 단 한 번의 기회에서 상대방의 복부를 찌르고 승리를 할 수 있다면 내 어깨라도 내주는 쪽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복부를 찔리면 목숨이 위험해지지만 어깨를 찔린다고 해서 목숨까지 잃을 리는 없으니까요. 

뭐 이렇게까지 생각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귀중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이득보다는 손실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현상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지요. 우리는 보통 상황을 판단할 때 나에게 이득이 무엇인지를 따져 봅니다. 선택이 어려워지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무엇이 더 이득일까? 이렇게 생각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무엇이 더 이득일지 따져 볼 때에는 우리는 온통 이득을 보고 싶은 마음에 놓입니다. 어느 쪽이 더 이득일지 군침을 흘리면서 상황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그래서 조금의 이득이라도 놓치기 싫어서 마음이 갈팡질팡합니다. 이걸 선택하면 이게 아쉬운데, 저건 또 저게 아쉽고! 아... 허구한 날 고민만 늘고 심신의 에너지가 빠져나갑니다. 

어깨를 내주고 배를 찌르기. 

손실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우리는 생각을 전환하게 됩니다. 무엇이 이득일까, 이득 볼 마음으로 애태우지 않게 됩니다. 무엇이 덜 손해일까, 냉철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머릿속이 명료해집니다. 고민 속에 지새우던 시간을 생각하면 무서울 정도로 냉정한 판단력은 도리어 반가운 변화입니다. 말끔해진 머릿속! 이 얼마 만에 찾아온 고요함인가요! 

여기에 과감한 결단력까지 추가됩니다. 손해 막심과 그럭저럭 손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니까요.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선택과 목숨은 반드시 보전되는 선택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에는 망설일 게 없습니다. 이때의 마음은 철갑을 두른 듯 저 푸른 기상을 지닌 산과도 같습니다.

두 가지 고통 중에
나는 이 고통을 선택하겠다.

어차피 둘 다 나름의 고통과 아쉬움을 남길 것입니다. 그러니 이왕이면 내가 감당할 만한 고통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지요. 이상한 말 같지만 둘 중 어떤 고통이 더 마음에 드나요? 더 마음에 드는 고통, 내가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고통을 선택합니다. 이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내가 선택한 고통이 나에게 더 쉬운 고통이겠지요. 내가 선택한 고통이니 더 겪을 만할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이득이 따라오면 보너스로 여기고 좋아하면 됩니다. 이득의 관점에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던 좋은 점도 보입니다. 

인터넷에서 유명하게 회자됐던 거창고 10계명. 거기에도 이런 말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하나 월급이 적은 쪽은 택하라. 

둘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셋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넷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다섯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은 곳으로 가라. 

여섯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일곱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여덟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아홉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이 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열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이상하게도 고통스러운 쪽으로 선택하라고 재촉하는 듯합니다. 이득의 관점은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덕 볼 생각은 꿈도 꾸지 말어! 김칫국 마시다가 인생 골로 간다!' 

이 글의 요지를 정리해 봅니다. 

고통을 선택하라.

직접 선택하라.

이득의 관점을 버리면
더 크게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