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 행위의 90% 이상을 무의식 중에 한다고 합니다. 무의식, 의식이 없는 상태로 하는 행위가 하루의 대부분이라니 놀랍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핸드폰에 알람이 울렸을 때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집어 드는 행위, 집에 있다가 어딘가 가려고 겉옷을 챙겨 입는 행위, 앉고 일어서고 가는 행위의 대부분을 별 의식 없이 행합니다.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운전도 훈련이 되면 거의 무의식 중에 할 수 있습니다.
무의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무의식을 의식하지 않는 정신 상태라고 본다면 우리 삶은 거의 무의식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인생살이에 울고 웃고 하고 있는 것이지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삶이 겨우 이런 무의식에 휘둘리다니. 어쩐지 기분이 썩 유쾌한 것만은 아니지만 흥미롭기도 합니다. 대체 무의식이 뭐길래. 무의식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생각을 해봅니다. 전통적인 관점과는 다르게 생각해 봅니다.
심리상담은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대화입니다. 심리상담에서는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나의 행동에도 주의를 기울여 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질문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던 것에 질문을 던지면서 '내가 왜 그랬을까?'하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의식적으로는 몰랐어도 무의식적으로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추측해보는 것입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담배 피우러 나가는 것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습니다. 일을 열심히 했으니 잠시 쉬러 가자. 의미 없는 회의에 지쳤다. 상사한테 꾸중을 들어서 화가 난다. 울고 싶은데 회사 안에서 울 수가 없어서 나가야겠다. 고객사랑 협의가 안 되고 일이 꽉 막혀서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 보스에 대해 뒷담화를 해야겠다. 이따가 퇴근 후 놀러 갈 계획을 함께 구상하자. 그냥 하늘이 보고 싶다. 이처럼 담배 피우러 나가는 행위 하나에도 그때그때 수많은 의미가 붙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거의 부지불식간에 자동적으로 일어납니다. 무의식적으로.
이런 단순한 행위에도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행위의 진위를 파악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뭔가 개운하지 않은 느낌, 뭔가 있는 것 같은 느낌에 그것이 무엇인지 캐묻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마음, 그것을 알고 후련해지고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우리는 더 깊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백조가 겉에서 보면 우아하게 헤엄치는 것 같아도 수면 아래에서 보면 발을 무진장 놀리고 있지요? 그처럼 겉에서 보이는 것 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진짜 어떤 마음이 있는지 보는 것, 이것이 곧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무의식에서는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전통적인 관점에서 무의식을 다루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일상의 대부분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면 수많은 일상 행동을 묻고 따지는 게 가능할까, 그게 가능하더라도 그걸 다 파서 무엇할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을 지금도 얕은 무의식 수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또한 진의를 파악해야만 할까요? 이런 의문이 든다면 이제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다르게 물어볼 수 있겠지요. 일상이 거의 전부 무의식이라면 이제 무의식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다르게 생각해 봅니다. 무의식을 다르게 범주화해 봅니다. 무의식을 아주 깊숙이 어딘가 숨겨져 있는 은밀한 것으로 보지 말고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이 거의 무의식이라고 했으니
습관 = 무의식
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습관적으로 하는 모든 행위는 무의식의 영역에 있습니다. 습관이란 어떤 것인가요? 신경 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 그냥 노력 없이 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굳이 의식하지 않고 하는 거의 모든 행위입니다. 무의식이 시시각각 반영되는 것이 곧 습관이니 이제 무의식을 다루고 싶다면 습관을 다루면 됩니다. 무의식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무의식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는 막막합니다. 반면에 습관을 다룬다는 것은 좀 더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지요. 습관을 다룹시다. 어때요? 일단 이해하기 쉽지요?
심리상담을 계속해오면서 가장 눈에 띄게 효과를 본 방법이 '습관 바꾸기'입니다. 부정적이었던 습관을 알아차리고 그만두기, 긍정적인 습관으로 대체하기, 긍정적인 습관을 유지할 루틴을 만들기. 가장 빠르게 가장 효과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 이 방법입니다. 심리상담을 받는 이유는 결국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내 삶이 개선되길 바라는 것이니까요.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습관, 내 삶을 개선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것이 '습관 바꾸기'입니다.
모든 심리적 문제를 이렇게 풀 수는 없지만 가장 먼저 시도해 봐야 할 것이 이것입니다. 내 무의식을 잘 다루고 싶나요? 그렇다면 괜히 무의식에 심취하지 말고, 그러면서 현실을 등한시하지 말고, 현실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부정적 습관을 멈추는 연습부터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