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둘 Oct 27. 2022

힙스터의 역설, 마음 건강은 힙하지 않을 때 온다.

[1분 인생 힌트] 힙스터의 역설, 마음 건강은 힙하지 않을 때 온다.


힙하다. 

언제부터 유행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주 보게 되는 말입니다. 한국어에 외국어를 접합시켜 토착화되는 단어는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힙하다는 표현은 어딘가 긍정적인 느낌으로 쓰입니다. 나만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나의 고유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느낌의 단어. 당신은 힙하십니까? 


힙하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있자니 또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모든 것을 마음에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은 심리상담사의 직업병인가 봅니다. 전혀 힙하지 않은, 힙스터의 역설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생각을 풀어 봅니다. 



힙하지 않아도 꽃보다 아름다워라


힙스터, 힙하다. 

이런 말이 등장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난 내 스타일 입고 난 내 스타일 말하지~ 어떤 리듬이 떠오르네요. 힙스터는 내 스타일을 강조한 말입니다. 대중 문화의 천편일륜적인 스타일에 반기를 든 힙스터. 나는 너네들과는 다르지 훗, 그들은 이런 속내를 스타일로 보여줍니다. 


힙하다고 인정 받은 것들, 대중이 환호성한 힙함을 보자니 이건 어딘가 앞뒤가 안 맞습니다. 대중을 떠나온 그들이 대중의 인정을 받는다, 그리고 그런 대중의 갈채를 선호한다? 힙스터의 역설입니다. 그래서 힙스터들을 자기들이 힙스터로 불리는 것도 싫어한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어쨌든 난 내 스타일로 입고 말할 뿐! 


마음에 접목시켜 봅니다. 

내 스타일을 강조하는 것은 마음에는 병이 될 수 있습니다. 현대인의 정신병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자기를 너무 부풀렸거나 자기가 너무 쪼그라들었거나. 힙스터의 방식이 이와 묘하게 닮았습니다. 대중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거나 대중에서 소외되기를 마다하지 않거나. 대세에서 떨어져 나오고 나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은 자기를 축소시킨 다음에 과잉 보상하는 과정과도 어떤 면에서 비슷합니다. 


조금 더 들어가서 감정에 비유해봅니다.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 1차 감정, 2차 감정 같은 단어를 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봅니다. 처음에 상대에게 화가 났는데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없어서 묵히고 묵히다 보니까 자기가 잘못된 것 같고 자기에게 화가 나게 되면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이때 1차 감정은 화, 2차 감정은 우울이 됩니다. 처음에 느껴진 것이 실컷 느껴지고 표현되지 않음으로써 2차 감정을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원래 없어도 됐을 감정이 2차 감정입니다. 2차 감정은 1차 감정을 잘 해소하기만 했어도 생기지 않았을 감정입니다. 


힙한 스타일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더 끝내주는 가면을 쓰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지금 쓰고 다니는 가면은 식상하고 나만의 독특함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다른 가면을 씁니다. 힙함이 표현되는 가면으로 바꾸어 씁니다. 그런데 여기서의 맹점은 그것도 어차피 가면이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스타일리시하고 나만의 독특한 존재감을 반영하는 가면이라 할지라도 가면은 가면입니다. 게다가 더 끝내주는 가면은 최초의 민낯에서 더욱 멀어지게 합니다. 


최초의 민낯이 1차 감정이라면 힙스터의 가면은 2차, 3차 이상 파생된 감정입니다. 원래 느끼면 그 즉시 느끼고 표현됐으면 끝났을 감정이 파생에 파생을 불러 일으킵니다. 대중에게서 한 번 떨어져 나오고, 힙스터라는 말을 듣는 걸 용납할 수 없으니 한 번 더 떨어져 나오고. 최초의 감정의 맨 얼굴에서 점점 더 멀어집니다. 그냥 옷도 아닌 힙한 옷이어야 하며 그냥 화장이 아닌 힙한 화장이어야 하며 그냥 리듬이 아닌 힙한 리듬이어야 합니다. 힙하면 힙할수록 힙스터는 점점 자기의 본질을 잊기가 쉽습니다. 



힙한 나는 대체 누구인가?



힙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건 우리의 민낯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부끄럽지 않고 당당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산을 봅니다. 하늘은 참 맑고 푸르고 산은 형형색색 물들어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맑고 투명하게 그 자신을 드러낸 자연은 전혀 힙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힙한 그 무엇보다 아름답습니다. 


마음 건강의 측면에서 본다면 감정도 마음도 힙할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마음과 감정이 힙함을 추구할수록 오히려 왜곡되고 굴절될 뿐입니다. 왜곡되고 굴절됨이 심할수록 맑고 투명하게 원 상태로 돌아가기가 힘듭니다. 왜 굳이 쉬운 길을 어렵게 돌아갑니까? 첫 마음, 첫 감정에 솔직하면 일이 쉬워집니다. 그 순간 느낄 수 있다면 그 자리에서 담백하게 끝납니다. 포장하고 멋 부리고 미화시킬 무엇이 남지 않습니다. 저 투명하게 열린 하늘처럼 마음에 걸릴 것이 없습니다. 



담백하게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느끼기 


힙하지 않아도 그대는 아름답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반박시 니말이 맞음, 네 말이 맞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