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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Oct 27. 2022

인생은 언제나 실전, 백테스트할 수 없다.

[1분 인생 힌트] 인생은 언제나 실전, 백테스트할 수 없다.


주식투자 개념 중에 백테스트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백테스트는 특정 매매기법을 개발한 뒤에 그 방법이 유효한 지 여부를 과거의 주가 흐름에 대입해서 검증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매매기법이 과거에 장기간 유효했다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겠지요. 이런 가정이 성립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겠습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과거의 모습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백테스트에는 이런 함의가 있습니다. 이런 함의를 보다 쉬운 우리의 구어로 바꾸면 어떤 게 있을까요? 사람 바꾸어 쓰는 게 아니다. 이런 말과도 비슷하지요? 과거의 삶을 보면 앞으로의 삶의 모습도 대체로 예측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어쩐지 맞는 말 같고 반박할 수 없는 말 같이 들리는데요. 우리 삶에도 이런 가정을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을까요? 이 가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희망의 불씨를 품고서. 



과거는 이미 끝났다는 희망


인생도 주식투자처럼 백테스트가 된다면 승률 높은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 비추어봐서 지금부터는 좀 더 유효한 새로운 전략으로 게임에 임한다면 더 승산이 있겠지요. 실제로 그런 면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니 자기계발 세미나가 그렇게 성행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효과를 본 사람들이 새로운 셀럽으로 등장하는 것이지요. 효과가 없는 전략을 폐기하고 효과가 있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런 아주 간단한 논리로,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그 접근들이 실제로 꽤나 효과가 있기도 합니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해보면 내 삶이 그 사람들과 유사하게 정말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고 있으면 어딘가 앙꼬 빠진 찐빵 같이 김이 샙니다. 심리상담을 공부한 탓인지 심리상담을 공부하게 된 성격 탓인지 어딘가 회의적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그럼 그런 세미나에서 중도 하차한 수많은 사람들은 무엇인가? 전략은 유효하지만 그걸 따라하지 못하는 사람이 문제라는 소리인가? 이대로 생각을 전개하면 자책하기 딱 좋은 상황이 펼쳐집니다. 모든 문제는 개인에게 수렴하고 축소됩니다. 과연 이 논리는 유효한 걸까요? 그걸로 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요? 


한 인간의 삶은 참으로 복잡하기 그지없습니다.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무슨 수로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음식이나 옷을 고르는 취향에서부터 가치관이나 인생에 대한 철학까지. 그때 그 순간의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한 사람의 모습까지. 단순하게 이거다, 저거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한 사람의 삶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개인의 삶을 놓고 백테스트를 해서 좀 더 성공적인 전략을 도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 같습니다. 



인생에는 가정법이 없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것입니다. 인생에는 모의고사가 없다는 점입니다. 인생은 언제나 실전입니다. 우리에게는 연습할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은 채 이 삶을 부여받았습니다. 이런 부모, 이런 환경, 이런 성격을 가지고 살아가면 어떠하리라는 것을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채 태어났습니다. 그렇게 이번 생을 맞부딪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순간이 실전이지요. 즉 가정은 아예 성립하지 않습니다. 과거에 이랬었다면?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전혀 유효하지 않는 생각의 망령입니다. 


그때 그 순간에 내가 살았던 발자취는 그때 그 순간에만 유효했습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런 상황과 그런 대응의 합이 일치하는 순간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모든 순간이 유일무이하지요. 단 한 번만 스쳐 지나가는 매 순간입니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이 이를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설령 억지로 인생을 백테스트한다고 해도 백테스트를 하는 순간 모든 것이 변해 버립니다. 과거의 고정된 데이타를 토대로 분석하는 주식투자와는 달리 인생은 한 가지 변수가 변함으로써 모든 것이 덩달아 변합니다. 내가 다른 생각, 다른 행동으로 대처했더라면 상대도 다른 생각, 다른 행동으로 반응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상황도 무궁무진한 변수가 생겼을 것입니다. 아무리 지나온 과거라고 해도 주식투자의 백테스트처럼 고정된 결괏값을 예측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과거가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는 것이 유효하지 않다면 미래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과거가 이리저리 변했다면 현재가 이러저러할 것이다.'라고 가정할 수 없다면, 예측이라는 것 자체가 참 쓸모없는 짓이 되겠지요. 


이는 역설적으로 희망을 낳습니다. 왜일까요? 과거가 반복된다는 증거를 어디에도 찾을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매 순간이 실전 게임으로, 그 자리에서 결전을 치르고 결과를 얻고 그 자리에서 끝이 났습니다. 모든 지나간 순간이 이미 끝이기에 우리는 지금부터 전혀 새롭게 삶의 기록을 써나갈 수 있습니다. 과거는 이미 끝났다는 것은 우리에게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희망을 품으면 매 순간이 산뜻한 끝맺음으로 떠나가고 다음 강물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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