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인생을 외주화, 레버리지 않기

by 나무둘

인생을 외주 줄 수 있을까요?

인생도 부동산 영끌 하듯이 레버리지를 당길 수 있을까요?


오늘 아침에 청소를 하면서 든 생각입니다.

매일 아침 약 40분 정도 상담센터를 청소합니다.


청소를 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이 힘든 일을 굳이 매일 해야 하는가?

하루 정도는 빠뜨려도 되지 않을까?


상담센터에는 크기도 작고 구석진 곳도 많아서 로봇 청소기를 쓸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사람의 손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바로 제 손으로요.

먼지를 털고 쓸고 정리하다 보면 40분이 훌쩍 갑니다.


40분 내내 제가 유지하려고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청소도 사랑을 담아서 할 수 있기를.

이 청소에 진심이 될 수 있기를.


단지 깨끗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청소 자체가 아름다운 사랑의 행위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역시나 하기 싫은 건 매일 똑같거든요.

그래도 조금 덜 하기 싫은 날 있습니다.

조금 더 사랑하는 마음을 내고 조금 더 이 공간 자체를 아끼는 마음을 내고 아무도 오지 않아도 청소를 기꺼이 하고 싶은 날이 있지요.

지금 이 행위 자체로 완결된 사랑을 느껴 보려고 하는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그렇게 궂은 청소를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인생은 외주 할 수 없다.


청소도 누군가에게 맡겨 버리면 편할 것입니다.

그럴 만한 사정도 안 되지만 설령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왠지 고집이 생깁니다.

누군가에게도 맡기고 싶지 않고 내 손으로 직접 청소를 하고 싶습니다.

먼지를 직접 골라내고 쓸어내고 싶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왠지 사랑이라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내 손때를 묻히는 것, 내 손이 더러워지더라도 내가 머무는 공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

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요?


부동산은 레버리지를 쓸 수 있죠.

10억 짜리 건물을 1억만 내 돈을 써서 살 수 있습니다.

자본이 그런 식으로 늘어나는 건 가능하겠지만 인생 자체가 그렇게 늘어날 수는 없겠지요.

삶을 레버리지 할 수는 없습니다.

매일 매 순간 매 초 어김없이 어김없이 살아야 합니다.

쉼 없이 살고 지나가고 떠나보내야 합니다.

그렇게 사는 것입니다.


청소도 그렇게 합니다.

매일 매 순간을 살아 있도록.

지금 이 순간에는 청소만 할 뿐입니다.


레버리지를 쓰지 않는다.

외주화하지 않는다.


인생은 그런 것 아닐는지요.

삶을 사랑한다면 삶의 어떤 부분을 외주화하고 레버리지를 쓰려고 할까요?

사랑에 레버리지를 쓸 수 있을까요?


삶을 사랑한다면 답은 명백합니다.

삶의 어떤 부분도 외주화하지 않고, 레버리지하지 않고

일 분 일 초를 사랑하며 사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지요.


오늘 내 삶의 어떤 부분을 외주화하고 레버리지를 쓰고 있나요?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없는 삶의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오늘 아침도 40분 간 사랑을 묻혀 청소하고 왔습니다.

제 인생에 사랑이 조금은 더 자라났길 바랍니다.

당신의 삶도 당신의 손때로 구석구석 빛이 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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