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의 팬이에요.
오 좋습니다.
저의 팬이 되어 주신다니.
블로그 글을 보고서 의외로 팬이라고 하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이렇게 조용한 블로그에 더군다나 큰 색깔도 없는,
(아 그건 아닌가요. 몇몇 분들이 참 독특하다고 했으니 말이지요)
아무튼 별로 요새 취향에 적합하지 않은 글들을 죽 적었는데도
팬이라고 하면서 수많은 글에 공감을 표시하고 댓글을 달고 팬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팬.
얼마나 설레는 말입니까?
팬.
좋습니다.
요새는 팬 베이스로 경제활동도 많이 하죠.
팬들을 많이 모아서 커뮤니티에 끌어들여서 그를 토대로 인플루언서가 되고 돈을 법니다.
글쎄요.
저는 이 지점이 못내 씁쓸합니다.
제가 그렇게 못하고 있기 때문이 첫째고,
둘째는 꼭 그렇게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요.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부자가 못 된다고 하는데
음, 다른 식으로 부자가 되어야겠습니다.
어쨌든 팬.
팬이라고 한 분들이 종종 '이제는 팬이 아닙니다'라고 선언하고 떠납니다.
서서히 사라져 멀어져 갑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과는 다른 글, 자기 취향과는 다른 글들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맡았던 그의 독특한 냄새가 달라진 것 같고
자기가 봤던 그 시선이 약간은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팬은 무엇인가요?
내가 누군가의 팬이라고 했을 때 한 가지 간과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팬이 되면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할 거라는 착각이 생깁니다.
내가 팬이 된 거지, 그가 팬이 된 건 아닌데 말이지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말지는 그 사람의 선택입니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지 말지 내 맘대로 선택했듯이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지 싫어할지는 그 사람 마음대로 선택하는 것이지요.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팬이 된다고 상대방도 나의 팬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팬은 언제나 일반적입니다.
일방적인 사랑의 고백.
내 맘대로 좋아하고 싫어하고 팬이 되었다가 팬이 안 되었다가.
이제는 당신의 팬이 아니에요.
좋습니다.
그것도 당신의 자유입니다.
팬이 되든 안 되든 그건 당신의 마음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우리가 이상한 춤을 같이 추지는 않으면 좋겠습니다.
어 네가 날 좋아하는구나.
그럼 나도 너를 좋아해야지.
어 네가 날 싫어하는구나.
그럼 나도 너를 싫어해야지.
우리 그런 유치한 춤을 넘어서 봅시다.
어린아이 같은 아주 미숙한 그런 춤을 그만 추어 봅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팬이 되었다가 떠나간 그분들을 종종 기억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에게 존중과 사랑을 보냅니다.
왜냐면 팬이 되든 안 되든 그분이 지구촌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성실히 자기의 삶을 살고 있을 테니까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뜨끈한 인류애를 느낄 수 있지 않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신이 팬이어도 좋고 팬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다만 팬이라고 할 때 저에게 사랑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팬이 아니라고 했을 때 저에게 미움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같이 사랑도 전투도 하지 않고
우리 각자 자기의 삶을 뜨겁게 사랑해 보면 어떨까요?
그런 똑같은 마음으로 팬이든 아니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저는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누구의 팬인가요?
당신은 팬을 키우나요?
그렇다면 거기에 은근히 숨은 뜻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저의 팬이든 아니든
저는 여전히 당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살려고 합니다.
설령 지금 이것이 말뿐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연습하며 살려고 합니다.
당신은 나의 팬이 아닌가요?
나와 같은 인류인 당신을 여전히 사랑합니다.
당신은 나의 팬인가요?
그 사랑을 자기 자신에게 돌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