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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조급해말아요. 시간이 걸려요.

by 나무둘

조급해하지 말아요.

시간이 걸려요.


오늘 아침에도 서점과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이렇게 적다 보니 아예 청소에 관한 주제로 에세이를 써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청소.


매일 아침 청소를 하면 적어도 30분,

평균 잡아 40분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이 소중한 아침 시간.

고요하고 명료한 아침 시간.

저녁의 3시간과 맞먹는다는 아침 1시간.

이동하고 청소 준비하는 시간까지 하면

이래저래 1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을 청소에 쓰고 있어요.


황금 같은 아침 시간에 청소를 하고 있자니

청소 시간을 줄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좀 줄일 수 없을까?

온갖 궁리를 하고 도구를 바꿔보고 순서를 바꾸고 아무리 애를 써도

청소 시간은 줄지 않습니다.

차라리 청소 구역을 나누어서 이틀에 한 번씩으로 바꾼다던가 하지 않는 한

모든 구역을 청소하면서 이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청소를 할 수는 없습니다.


청소를 하면 사람이 정직해집니다.

시간을 아주 정직하게 들여야 하기 때문이지요.


세상만사 그런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평생을 지속할 수는 없지요.

폭발적인 순발력을 발휘한 뒤에는 반드시 쉬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열정적으로 살던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무기력한 채

상담실에 찾아오는 일은 그다지 보기 어려운 풍경이 아닙니다.

인간인 우리는 누구나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하는 버릇이 필요합니다.


요새 상담실에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조급증에 걸려 있습니다.

빨리 이루고 빨리 성취하고 빨리 부유해지고 빨리 사랑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

비트코인으로 벼락부자된 사람들이 나타나고

유튜브에 온갖 성공한 사람들이 빠르게 성공하는 법을 떠들기 시작하면서

이런 풍조는 더욱 강해진 거 같습니다.

포모, 파이어족이라는 단어도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입니다.

시간에 공을 들이지 않으면

정직하게 시간을 쓰지 않으면

지금 나에게는 그런 성과도 일어날 수 없습니다.

지금 가능한 건 딱 지금 가능한 그 수준까지입니다.

지금 가능한 건 딱 내 깜냥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사실 이렇게 정직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조급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찌 그런가요?

그러니 여기저기서 아우성이지요.

나만 못하는 것 같아요.

나만 안 되는 것 같아요.

나만 이상한 것 같아요.

나만 바보 같아요.


하지만 정직하게 다시 보면 그렇지 않지요.

못하고, 안 되고, 이상하고, 바보 같은 건

이 시대의 풍조 때문입니다.

시간을 충분히 들이지 않고 무엇이든 하려는 이 시대의 테제.


이런 풍조에 휩쓰려 떠내려가지 않으려면

오히려 이렇게 줏대 있게 외쳐야 합니다.


시간을 충분히 들이자.

공을 들여 더 느리게 더 오래 하자.

그리하여 더 길게 더 멀리 가자.


만일 시간만 충분히 들인다면

시간을 충분히 들이는 풍조가 세상에 만연하다면

심리상담센터 찾아오는 분들이 많이 줄어들 거라 생각합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이 하는 일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있나요?

당신의 삶에 정직하게 시간을 쓰고 있는지요?


당신도 나도

정직하게 시간을 쓰며 자기 삶에 공을 들이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오늘을 돌아보고

참 알뜰살뜰 잘 살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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