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그건 당신의 착각이에요.
난 당신의 상상처럼 그렇게 슬프지 않았어요.
나는 이렇게 웃고 있는 걸요?
내면아이가 말합니다.
어제 오후에 눈이 왔어요.
대전에는 생각보다 눈이 많이 왔어요.
순식간에 눈이 쌓였지요.
밤에 공원에 나갔더니 벌써 1cm는 쌓인 것 같더라고요.
아이들이 신나 했어요.
유튜브도 TV도 소용없는 이 신기한 장면.
이렇게 신나게 눈밭에서 뒹굴 수 있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
아이들이 깔깔대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우리를 문명의 감옥에서 해방시킨 눈.
고맙다 눈아.
'눈 오는 날 강아지 꼬리 흔들 듯'이라고 흔히 표현하듯
마냥 신나서 여기저기 뛰어다녔어요.
마치 제설차라도 된 마냥 눈을 쓸고 다니고
한 군데 모으기도 하고 뭉쳐서 던지기도 하고
아주 신나 하는 아이들.
언제든 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신기한 어린이들의 세계.
잠시 생각했어요.
나도 저럴 때가 있었을 텐데.
눈만 보고도 엄청 좋아했었을 텐데.
저렇게 아무 근심 걱정 없이 깔깔거렸을 텐데.
근데 지금 이 자리에 어떻게 오게 된 거지?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등교하는 많은 초등학생들을 보았어요.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의 수많은 아이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을 텐데.
그때 나는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학교를 다녔을까?
내 앞으로 다가오는 수많은 아이들을 보면서
수많은 내면아이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삶의 골목마다 있던 내면아이가 한 번에 나에게 쏟아져 오는 장면.
내가 내면아이를 대면하는 게 아니라
내면아이가 나를 대면하는 장면.
화자와 청자가 뒤바뀌어 묻게 되었어요.
'내가 너에게'가 아니라 '네가 나에게'.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뭐라고 할까?
분명 지금 내 모습은
그때 내가 꿈꾸던 딱 그 모습은 아니에요.
내가 언젠가 서 있고 싶었던 삶의 자리가 아니지요.
그런데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녀석, 왠지 좋아할 것 같은데?
아이는 좋아할 것 같아요.
'이게 나구나! 와 신기하다. 이게 어른 인간 나란 말이지?' 하면서요.
지금의 나를 만나면 실망하기보다는 재미있어할 것 같은 느낌.
내면아이 치유?
나는 착각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해요.
내가 내면아이를 치유하겠다고 애틋하고 안쓰러운 시선으로 너를 보는 동안
너는 공룡이나 피카추를 보듯이 신기해하면서 재미있어했겠구나.
깔깔거리면서 '내가 이렇게 된다고? 진짜 웃기다.'라고 하겠구나.
부, 명예, 인기도 모르고 유튜브도 모르던 그때 그 시절의 나.
그때의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신나고 재미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괜히 상처와 부정적인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지금의 내가 아닐지.
내가 내면아이를 보살피고 치유하겠다고 할 때마다
똥폼 그만 잡고 같이 놀자고나 하지는 않았을지.
하루하루 재미와 흥미를 좇던 그 아이를
내가 보살피고 치유할 일이 아니었는지 몰라요.
오히려 그 아이에게 내가 보살핌을 받고
그 아이가 나를 치유해야 하는 것이
진실에 가까울 수도 있겠지요.
지금도 눈 맞은 개처럼 깔깔거리는 듯한 내면아이.
그 녀석을 다시 만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넌 참 너답게 멋있게 살았구나.
이제 나도 속 안 썩이고 재미있게 살게.
당신의 내면아이는 어떤가요?
당신 안에도 깔깔거리고 즐거워하던 아이가 있나요?
그 아이가 오늘의 나를 보면 뭐라고 할까요?
당신도 나도
오늘은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요?
내가 내면아이를 보살피고 치유하는 게 아니라
내면아이가 나를 보살피고 치유하도록 허용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