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오늘 아침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바닥을 쓸고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려고 하는데, 이런.
어젯밤에 쓰레기봉지를 묶어서 내놓았기 때문에
쓰레기통에 비닐봉지가 안 씌워져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쓰레기통에 비닐봉지부터 씌웠습니다.
일반 쓰레기통에 검은 봉지, 재활용 쓰레기통에도 검은 봉지를 씌우는데
어라? 이게 아닙니다.
뭔가 이상해서 잠깐 생각해 보니
일반 쓰레기통에는 검은 봉지, 재활용 쓰레기통에는 투명 봉지가 맞습니다.
재활용 쓰레기는 늘 투명한 봉지에 싸서 내놓았던 게 기억이 났어요.
재활용은 오히려 투명하게,
안에 내용물이 속속들이 다 보이는 투명 비닐봉지였지!
그걸 알아차린 순간, 내 마음도 이렇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내 마음에도 일반적인 마음이 있고
재활용 가능한, 일반적이지 않은 마음이 있구나.
일반적인 마음이야 사회적으로도 나 자신에게도 쉽게 허용이 되는 마음입니다.
마음껏 드러낼 수 있고 소통하기 쉬운 마음.
그런데 오히려 그런 마음이야말로
그다지 깊이도 없고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일 수도 있을 테지요.
속속들이 다 알릴 필요가 없이 검은 봉투에 보이지 않게 잘 싸서 내놓기만 해도
서로 척하면 척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마음이니까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더 깊이 숨어 있는, 일반적이지 않은 마음들입니다.
투명한 비닐봉지 안에 담아 모든 쓰레기가 버젓이 보이게 하듯이
사실은 내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그 마음들이야말로
투명하게 드러내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잘 정리해서 투명하게 내보이면
오히려 그 마음이야말로 재활용 가능한 마음이 되지 않을까요?
꼭꼭 숨기고 싶은 그 마음이야말로
어쩌면 진정으로 가치 있는 마음인지 모릅니다.
재활용을 하면 반짝반짝 빛이 날 그 마음.
쉽게 내보일 수 있는 일반적인 마음이 아니라
숨기고 싶은 그 마음만이 진짜로 재활용 가능한 마음입니다.
일반적인 마음은 소각장에.
숨기고 싶은 마음은 재활용해서 다시 나에게.
밤이 없는 낮이 없고
더위 없는 추위가 없고
어둠 없는 빛이 없고
절망 없는 희망이 없듯이
그 마음도 소중한 마음입니다.
당신은 일반적인 마음 밑에 어떤 마음을 숨기고 있나요?
혹시 그 마음을 투명하게 드러내면 어떻게 될까요?
잘 재활용하면 내 마음이 더욱 빛나지는 않을까요?
우리 오늘
내가 꼭꼭 숨기고 있는 그 마음속에서
재활용의 가능성을 찾아보아요.
마음속에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 마음껏 꺼내어
잘 닦아주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