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오늘 아침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청소를 하면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납니다.
불쑥 온갖 생각들이 올라옵니다.
특히 과거에 다 떠나보내지 못했던 상처,
완결되지 않고 보류 중인 일들,
미진하고 찜찜한 기분을 남기는 것들.
그 생각들을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머리를 굴리다 보면
머릿속이 금세 엉키고 머리가 무거워지기 쉽습니다.
꼭 먼지가 뭉쳐서 굴러다니는 바닥의 꼴과 비슷하지요.
심리학적으로는 미해결과제라고 할 수 있는 이것들.
청소를 하면서 이런 것들까지 다 쓸어 버릴 순 없을까,
잠시 정신을 차려 보지만 어느새 생각이 다시 빠집니다.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멋대로 후회, 걱정, 두려움을 넘나듭니다.
그래도 제법 마음공부를 했다고
이제는 그렇게까지 생각에 쓸려 다니지는 않습니다.
잠시 멈추고 호흡을 고르고 청소 대상에 온 정신을 집중하면서
생각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립니다.
성심성의껏 청소를 합니다.
마치 교회나 성당, 절에서 성스러운 예식을 하듯이
온 마음을 다 바쳐서 정성스럽게 청소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잠깐 생각이 끊어지는 순간이 찾아오지요.
아 살 것 같다!
심리상담 중에도 마음이 복잡한 사람들에게 청소를 권하곤 합니다.
청소라는 단순한 행위를 하면서 근심 걱정에서 해방되고
머리가 맑아지는 걸 느끼길 바라면서요.
청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까지 깨끗이 정리하는 은유가 될 수도 있고요.
이때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청소를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행할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청소를 할 때 이미 일이 그르친 것이지요.
마음의 평화는 정신이 하나로 모이고 마음이 단순할 때 찾아오니까요.
'오직 청소에 일념을 다할 뿐!'
이런 의도로 시작해야 합니다.
단순히 청소를 한다고 해서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건 아닙니다.
청소 자체의 효과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를 하는 그 순간 내 삶이 완전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마음까지 청소하는 제대로 된 청소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지금 이렇게 성스러운 청소를 할 수 있다니! 내 삶에 이런 축복이 있다니!'
마치 예배, 미사, 예불을 드리듯
온 마음을 모아 지극히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청소를 하는 것.
'이 물건이 깨끗해져서 물건의 얼굴이 환해지길.'
'이 바닥이 깨끗해져서 바닥의 기분이 아주 좋아지길.'
간절히 온 세상이 깨끗해지길 바라며 청소를 시작할 때
이미 시작과 동시에 마음에 환한 불이 들어옵니다.
청소를 할 뿐인데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적이 시작됩니다.
당신은 어떻게 청소하고 있나요?
내 마음은 어떻게 청소하나요?
그 청소는 시작부터 아름다운 청소인가요?
청소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아주 단순한 행위를 성심성의껏 내 존재를 바쳐한다면
그것이 곧 나를 치유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
순간순간 마음을 모아
청소하듯 살아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