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오전부터 내내 상담이라 이제야 편지를 띄우네요.)
오늘은 왠지 아침부터 개운한 느낌으로 가뿐하게 청소를 할 수 있었어요.
신기하게도 매일 아침 반복되는 청소지만
그때그때 기분과 활기가 전혀 다릅니다.
오늘은 왜 이렇게 컨디션이 좋았을까,
특히나 머릿속에 별 잡념도 없이
어떻게 그렇게 맑은 정신으로 순조롭게 청소를 했던 것일까,
신기해서 돌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이 모든 게
침울한 기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침울해서 머리가 고요하고 마음이 맑았다니, 이상하지요?
저의 하루 일과는 보통 이렇게 시작을 합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잠깐 나의 다짐 같은 것을 씁니다.
주로 긍정적이고 희망찬 메시지를 쓰지요.
그다음에 심리학 전공 서적을 잠깐 읽습니다.
새벽에는 아무리 두껍고 어려워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 후 나무둘울림 심리상담센터 홈페이지에
간단한 단상을 적어 올립니다.
그러고 나서 샤워를 합니다.
샤워를 하고 나서는
6시 30분부터 대략 15분간 진행하는 나무둘 라디오를 준비하고
6시 45분까지 마음독립서점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https://www.instagram.com/maumfreebooks/)
마음에 관한 온갖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때그때 제가 읽은 책 등을 토대로 심리상담사만의 농축된 비기, 인생 팁을 전수해 드리지요.
(한번 와 보세요. 낭랑한 목소리의 고품격 라디오 방송을 체험해 보세요.)
그러고 나면 프로젝트성으로 여러 책을 낭독합니다.
신성한 하루를 일깨우는 좋은 책들을 소리를 내서 읽으며 되새기는 거예요.
그다음, 이제 정말 청소를 하러 갑니다.
이렇게 온갖 장치를 마련해 놓고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하려 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긍정적 장치들이 때로는 부작용을 낳는 거예요.
부작용이라니 그게 무슨 소린고 하니,
정신과 영혼은 긍정적으로 전환할 준비가 안 됐는데
내가 억지로 밀어붙이면서 마음에 마찰이 일어난다는 뜻이지요.
정신과 영혼, 몸이 서로 엇갈린 상태로
계속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입하다 보니 뭔가 엇나가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내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억지로 내 것이라고 해야 될 것 같은 느낌.
저 내면의 깊은 곳에서 나의 어떤 부분이 외면받는 느낌.
안착되지 못하고 어딘가 붕 떠 있는 느낌.
오늘도 억지로 좋은 척하는 느낌이 살짝 들어서
청소하러 가기 전에 잠시 마음을 돌아봤습니다.
아 어딘가 삐끗해 있구나.
그 마음은 활기는 있을지언정
바로 삶 자체에 대한 겸허함,
대자연과 신에 대한 경외심,
모든 것을 존귀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이탈한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약간 슬픈, 침울함 가운데
삶, 대자연, 신 등 모든 것을 앞에 두고
나를 내려놓고 엎드리고 항복하고
세상과 화합하고 싶은 심정을 봉헌했습니다.
다시 마음의 윤기가 나기 시작합니다.
반짝반짝,
아 저 깊은 곳에서 샘물이 올라옵니다.
들뜨고 활기찬 에너지에서 벗어나
약간 가라앉고 침울한 가운데
억지 긍정 대신 내 마음의 진실함과 맞닿습니다.
용서하고 싶은 것,
용서받고 싶은 것에도 솔직하며
아직도 마음에 짐으로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부단히 삶으로 실천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진실한 침울함 속에서 머뭅니다.
그렇게 나 자신과 삶에 응답합니다.
보통은 부정적으로 보는 '침울한 상태'도
이렇듯 상당히 중요한 것입니다.
그 나름의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그 에너지가 완전히 흐르고 느껴지고 해소될 때까지는
온전히 그 안에 머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안에 충분히 머무르고 나면
나를 긍정으로 몰아세우려 하며 발생하는
모든 마음의 마찰도 소멸됩니다.
내가 억지로 방향을 틀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그 마음의 물결에 순응하니까요.
당신 삶에도 혹시 침울한 마음의 출렁임이 있나요?
혹시 그 물결에 합류한다면 오히려 자유롭게 흘러가지 않을까요?
그 물결은 내가 정말로 알고 싶은 내 마음 깊은 곳에 다다르게 하지 않을까요?
오늘 당신도 나도
마음에서 조금만 힘을 빼고
다시 한번 진정한 나로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침울한 것도 퍽 좋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