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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어붙은 영혼에 불을 밝혀요.

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by 나무둘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 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오늘은 비가 오는군요.

그리고 금요일이고요.

금요일에 오는 비는

왠지 이제 활동을 멈추고 쉬어가라고 얘기하는 듯합니다.

TGIF,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금요일입니다!


비 오는 날 바닥을 청소하다 보면 물기가 묻어서

바닥에 먼지가 들러붙게 됩니다.

평소처럼 그냥 쓸기만 해서는 먼지가 잘 안 떨어지지요.

아시죠?

그 왜, 머리카락도 엉켜 있는

바닥에 붙어 있는 끈적한 먼지 덩어리, 우웩.


오늘 그 먼지를 청소하다가 문득 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내 영혼이 저렇게 짜부라져 있구나.

내 영혼이 바닥에 납작 눌어붙어 있구나.


열심히 산다고 매일 뭔가 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이니 나름대로 홍보도 하고 본업인 심리상담이나 운영에도 충실하고.

대단한 일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하루가 꽉 차서 바쁘게 돌아갑니다.


그 와중에 외려 제 영혼은

바닥에 납작 깔려서 눌어붙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 정신으로 나를 재촉하면서 하루하루 먹거리를 해결하고

미래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동안

나는 내 영혼을 챙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아주 흔한 그 이야기.

내 영혼이 잘 따라오는지 뒤돌아 본다는 인디언의 이야기처럼.


내 정신건강은 챙겼을지 모르겠으나

영혼을 돌보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어떻게 하면 눌어붙어 있는 영혼을 보살필 수 있을까요?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전혀 실용적이지 않더라도

전혀 현실적이지 않더라도

내 마음의 별이 계속 반짝이게 살려두는 것입니다.


영혼의 불을 끄지 않는 것이지요.

현실적으로 아무 소용도 효과도 없어 보일지라도

내면에 빛나게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마음 한편에서

'이제 그딴 건 집어치워. 현실에 집중해야 돼'라고 말할 때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귀중하다는 마음으로

내 영혼의 불씨를 살려두는 것입니다.


별은 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요.

항로의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로써 별은 쓸모가 있다고 하지요.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

그저 빛남으로써 그 존재 목적을 다하는 별.


그것이 우리 삶을 깨어 있게 합니다.

기어이 내 영혼이 살아 있게 만듭니다.


당신의 영혼은 불이 밝혀 있나요?

혹시 현실을 너무 열심히 사느라 바닥에 납작 눌어붙어 있지는 않나요?

한때 소중히 간직했는데 잠시 잊고 있었던 마음의 별은 무엇인가요?


오늘 우리

나의 영혼이 숨 쉬게 하면 좋겠습니다.

아무 쓸모가 없어 보여도

내면에서 불타오르고 반짝이도록.


우리 함께

활활 타오르는 진정 살아있는 사람이 되고

그런 우리가 모여 세상을 비출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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