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아침 바쁜 시간에 청소하다 보면
청소가 요술처럼 순식간에 될 수는 없을까 생각을 합니다.
지금 내가 쓸고 있는 이 바닥 타일 한 칸.
도미노 쓰러지듯 한 칸을 쓰는 효과가 주위로 퍼질 수는 없을까.
만다라트 차트처럼 사방으로 내 청소의 영향력이 펼쳐져서
동서남북에 있는 바닥도 저절로 쓸릴 수는 없을까.
그런 망상을 해보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청소는 너무도 정직한 행위입니다.
내가 손발을 움직인 딱 그만큼만 딱 효과가 있습니다.
파급 효과라는 것이 전혀 없지요.
요새는 모든 것에 레버리지라는 아이디어를 적용하는데
청소는 도무지 레버리지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사람을 쓰면 되겠지만
그런 레버리지를 쓸 만큼의 공간 크기도 아닌데다가
왠지 청소만큼은 고집스럽게 직접 하고 싶습니다.
특히 상담실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맡기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직접 하나하나 들어내고 쓸어내고 닦아내고
내 손때를 묻혀 반짝이게 하고 싶은 마음.
요새 자본주의의 레버리지는 이렇게 말하지요.
숨쉬는 거 빼고는 다 남에게 맡기라.
아 그렇게 해야 돈을 버는구나,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이놈의 청소는 고집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 이 마음.
삼보일배하며 전진하는 가난한 수도승처럼
내 몸으로 직접하고 싶은 이 마음.
오늘도 이것을 해내고 왔습니다.
내 몸을 쓰고 내 시간을 쓰고 내 노력을 들인 청소.
그만큼 정직한 결과가 나오는 청소를
오늘도 완수했습니다.
인생살이가 다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본은 레버리지 할 수 있지만 인생 자체를 레버리지 할 순 없겠지요.
수명은 조금도 레버리지를 할 수 없습니다.
건강 또한 그렇지요.
내가 몸을 써서 운동하지 않으면 그 어떤 영양제도 소용이 없습니다.
심리 상담 중에 종종 운동을 권유합니다.
운동을 하면 내가 땀흘린 만큼 보상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가 한 만큼, 딱 그만큼만 효과가 있는 것이 운동입니다.
결국 나 자신에게 너무도 정직하게 되지요.
내가 걸어간 만큼
정성을 기울인만큼
변하는 것이 또한 인생이 아닌가 합니다.
조금의 레버리지도 허용하지 않은, 인생.
인생은 나의 가장 진실한 헌신과 정성을 요구합니다.
도무지 레버리지 할 수 없는 부분을 요구합니다.
레버리지할 수 있는 껍데기는 다 벗겨내고
내 존재의 알맹이를 요구합니다.
당신은 삶의 어떤 부분을 레버리지하고 있나요?
남에게 맡겨버릴 수 있지만 굳이 내 손으로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 고집스러움이 당신 인생을 진실로 당신답게 만들고 있지는 않나요?
오늘은 내 삶에서
굳이 레버리지하지 않기로 결심한 부분,
내가 헌신하고 정성을 쏟기로 작정한 부분을 생각해봅니다.
레버리지하지 않아 온전히 내 것인 삶.
위임도 양도도 할 수 없는 내 삶이
온전히 내 것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