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서점이기도 하고 심리상담센터이기도 해서
이곳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있습니다.
바라볼 때는 공간을 예쁘게 하는 소품이겠지만
청소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성가신 물건들.
그 여러 장애물들을 피하면서 청소를 합니다.
특히 발이 많은 물체들이 성가신데
예를 들면 발이 네 개나 달린 의자, 발이 세 개나 달린 기타 거치대 등이 그렇습니다.
더구나 기타 거치대 같은 경우에는
거치대 자체가 무게가 가벼워서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금방 쓰러지고 맙니다.
거치대와 함께 위에 얹혀 있는 기타도 함께 쓰러지지요.
오늘도 그 사달이 나고 말았습니다.
청소기를 거치대의 삼발이 사이로 솜씨 좋게 쑥 밀어 넣었다가
확 잡아 빼는데 아뿔싸,
삼발이 다리가 흔들립니다.
삼발이의 진동을 타고 거치대 위에 고요히 앉아 있던 기타가 기우뚱,
땅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마치 무성 영화의 슬로 모션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귓가에 환청이 들립니다.
빠빠밤 밤 빰빰빰 밤, 베토벤 교향곡 8번 운명.
고요했던 기타가 쨍그랑 보다 약간 나은 소리를 내며 아침을 깨웁니다.
나는 왜 기타로 아침을 깨우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왜 아침부터 기타 소리로 이 공간을 아름답게 하고 싶었던 것일까.
떨어지는 기타를 보고 불쾌한 소리를 들으며
기분이 살짝 나빠집니다.
도대체 왜 저렇게 생겨 먹은 거야.
다리는 왜 세 개야.
왜 이렇게 연약한 거야.
청소기를 들이밀어도 단단히 버틸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미 울고 있는 기타에게 따져 묻습니다.
기타가 더 슬피 웁니다.
이런, 마음공부를 했다는 게 이 모양이라니.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에 시비를 거는 것은
세상 무용한 일입니다.
'너는 왜 그렇게 존재하고 있냐'라고 묻는 것은
하등 쓸모도 없으며 의미도 없는 질문입니다.
모로 누워 있는 기타가 아직 훌쩍입니다.
기타를 보면서 갑자기 나 자신이 보였습니다.
누가 나에게
'넌 왜 그렇게 생겼니? 너는 왜 그 모양이니?'
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울고 있는 기타를 일으키기 위해 머리를 숙이면서
숙연해졌습니다.
기타가 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우는 것입니다.
기타가 아픈 것이 아니라 내가 아픈 것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왜 그렇게 존재하는지 따지고 물을 수가 없습니다.
존재하는 것에 시비를 거는 내 모습에 슬퍼하다가
기타를 얼싸안고 잠시 눈물을 흘릴 뻔했습니다.
곱게, 기타 거치대에 다시 기타를 앉히면서 부드럽게 쓰다듬었습니다.
사랑한다.
너도 존재할 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존재하는 모든 것이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거야.
당신은 오늘 어떻게 존재하고 있나요?
존재하고 있는 그 모습 그 상태로 계속 존재해도 되나요?
당신이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 누가 당신의 존재를 허용할 수 있나요?
당신도 나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얼마든지 그렇게 존재해도 된다는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먼저 그렇게 바라본다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