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잃어버릴 때 찾아지는 거야.

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by 나무둘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아침에 효율적으로 청소를 하려면

정해진 패턴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제일 먼저 상담실에 청소기를 돌립니다.

나의 가장 소중한 공간, 상담실이니까 먼저 합니다.

그다음은 계단 청소,

그다음이 책방 공용공간 청소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몸과 머리가 둔해서

나도 모르게 그 패턴을 깨고 말았습니다.

어젯밤에 진행했던 무료 심리특강에서

참석자들의 열렬한 반응에 취해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말았거든요.


멍한 상태로 상담실을 잊고

계단 청소부터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나의 무의식은 사실 상담실보다 계단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서 머릿속이 약간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었어요.

이렇게 해도 되나?

누가 정해 놓은 것도 아닌데

꼭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습니다.


멍청해진 머리로 몸은 이미 계단으로 향하고 있고

계단을 청소하기 위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있는 마당에

에라 모르겠다 하며 그냥 계단으로 성큼성큼 올라갑니다.


계단을 청소하고 와서 다시 상담실 청소를 하려고 하는데

머릿속에서 뭔가 꼬인 느낌이 확실히 듭니다.

원래 순서를 벗어났기 때문이지요.

먼저는 상담실, 그다음이 계단인데.

마음에서 '이 순서가 아니야'라고 하며

약간의 저항감, 거부감, 혼란스러움이 오갑니다.


어쨌든 별 대수롭지 않은 마음이라 여기고

청소를 하면 마음이 나아지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상담실을 청소하고, 책방을 청소하고

청소를 다 끝내고도 머릿속이 복잡했어요.


아침이 바쁜 건 사실이지만

'원래 정해 놓은 청소 순서가 정말 정답일까?'

잠시 의문이 듭니다.


뒤죽박죽 엉켜 버린 머릿속에서

-멍청이가 된 뇌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지혜로운 목소리가 들립니다.


지혜로운 뇌 : 길은 잃어버릴 때 찾아지는 거야.


가만 보니 만날 습관적으로 하던 청소 순서는

효율적이지도 않은 방법입니다.

상담실, 계단, 책방 공용공간.

내 마음속 중요도에 따라 청소를 했던 것인데

가만 보면 안팎으로 들락거리며 괜히 더 분주한 방법입니다.


나 : 아 세상은 내가 정한 대로 산다고 해서 최선은 아니구나.


오늘 나도 모르게 나의 패턴을 깨고 말았습니다.

몸과 정신이 약간 둔한 덕택에

더 좋은 청소 방법을 찾고 말았습니다.


덩달아 여행지에서 만났던 수많은 우연이 떠오릅니다.

내가 계획하지 않았는데 '뜻밖에' 더 잘 풀렸던 수많은 일들.

심지어 내가 타려던 비행기를 놓쳤다가

무료로 더 등급이 높은 비행기를 타게 된 적도 있습니다.


내가 정해놓은 직선에서 벗어날 때

뜻밖의 기회를 만나는 게 아닐까.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맬 때

재미도 있고 삶이 풍부해지는 게 아닐까.


오늘 당신은 어떤 패턴대로 움직이고 있나요?

그 길을 잠시 벗어나서 다른 길로 가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정한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갈 때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요?


오늘 나 자신에게 직선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부드러운 곡선을 사랑합니다.


굽이굽이 곡선으로 이어지는 인생길을 따라갑니다.

너울너울 내 마음을 부드럽게 휘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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