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청소를 하다 보면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무념무상으로 청소를 하고 싶지만
단순 작업을 하는 중에 온갖 생각이
소리 소문 없이 머리를 장악합니다.
그 상담센터는 이렇게 청소 안 해도 잘 되는 것 같은데.
그 서점이 잘 되는 비결은 뭘까.
왜 여태 히말라야에 못 갔지?
왜 여태 킬리만자로에 못 갔지?
왜 여태 태평양 횡단을 못 했지?
왜 여태 사하라 마라톤을 못 뛰었지?
어제 책과 인터넷에서 본 내용 때문인지
평생 할 생각도 없었던 것을 꿈꾸며
웅장한 망상을 펼칩니다.
그러다가 먼지를 발견합니다.
계단 한 구석에 곱게 뭉쳐 있는 먼지.
탁자 아래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는 먼지가 귀여워서
살짝 웃음이 났습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내 생각도 해 줘.'
먼지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합니다.
"맨날 청소하는데 언제 어디 숨어서 이렇게 커졌니?"
먼지를 바라보며
낮이고 밤이고 꼬물꼬물
몸집을 키웠을 먼지의 삶을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히말라야, 킬리만자로, 태평양, 사하라를 꿈꿀 때
먼지는 계단 한 구석에서 테이블 아래 조용히 숨어서
달팽이처럼 꼬물대며 천천히 자기 몸집을 키웠을 테지요.
거대한 것들을 성취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이 나이 먹도록 한 게 없다고 자책했던 게 부끄러워집니다.
동시에 지금 튀르키예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생사가 오가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칩니다.
아, 잠시 삶의 한 단면만 보고 있었구나.
"돌아왔어?"
먼지가 웃으며 말을 겁니다.
"삶은 먼지 같은 거구나. 온 우주의 티끌 같은 먼지이면서 동시에 밤낮으로 자기 삶을 사는 먼지."
정신을 차리고 먼지 같은 삶에 대해 고찰합니다.
"그래. 먼지 같은 삶에도 나름의 속도가 있어. 먼지는 먼지의 속도로 삶을 사는 거야. 느린 듯해도 밤새 구른 결과 너와 이렇게 만나잖니?"
고개를 끄덕이며 먼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합니다.
"그래. 그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의 삶의 속도가 있는 것. 이제 쓸어도 될까?"
"그럼. 이게 바로 먼지다운 먼지의 삶이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며 먼지와 작별 인사를 합니다.
기꺼이 안녕을 고하는 먼지를 쓸며
히말라야, 킬리만자로, 태평양, 사하라를 부유하던 생각도 함께 씁니다.
그건 그 사람의 속도, 이것이 내 삶의 속도.
내 생각의 속도가 아니라 내 삶의 속도로 돌아오자
가슴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당신은 어떤 속도로 삶을 살아가고 있나요?
그것은 당신의 원래 속도에 꼭 맞나요?
나만의 삶의 속도로 살아가는 건 어떤 것일까요?
오늘 곁눈질하지 않고 내 속도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습니다.
한눈팔지 않고 정속주행을 할 때
내 삶의 경로도 이탈하지 않을 테지요.
먼지 같을지언정
내 삶의 속도대로 내 삶의 경로로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