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아침 청소를 하고 나면 이 글을 씁니다.
그러다 보니 청소를 하는 동안에
오롯이 청소를 하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글감이 굴러 다닐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무슨 주제로 쓸까.
어떤 소재를 접목하면 좋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굴리고 있으니
공간은 깨끗이 청소하는 와중에
머리는 어지럽히고 있는 꼴입니다.
아 머릿속도 깨끗이 하고 싶다.
그때 상담실 현판이 보입니다.
빌 허.
마음 심.
정자 정.
허심.
마음을 다 비우고 가시라는 뜻.
가져온 마음은 상담실에 다 쏟아내고
가볍고 자유롭게 살아가시길 바라면서 지었습니다.
정.
마지막 '정자 정'자에는
이곳에 머무는 사람이 무릉도원의 정자에서 쉬듯 편안하길 기원하는 마음과
언젠가 넉넉한 품이 느껴지는 정자 달린 상담실을 갖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습니다.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
'허심정'을 운영하면서도
허심하지 못한 나 자신이 바보 같아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순간 깨달았습니다.
허심하지 못하다고 나를 타박하며
다시 한번 허심하지 못하고 있구나.
더 크게 한바탕 웃었습니다.
'아차. 완벽히 허심한 인간은 지금의 내가 아니지.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려 했구나!'
인간은 원래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더욱더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깜박했던 것이 참 우스웠습니다.
한 차례 껄껄 웃다가 한 마디 툭 내뱉었습니다.
"허심하지 못하면 어때. 이런 나를 껴안으면 그게 허심한 거지."
(허심하지 못한 거지, 한심한 건 아니잖아?)
마음을 비웁니다.
지금의 바보 같은 나를 껴안습니다.
이것도 나니까 괜찮습니다.
당신은 어떤 때 마음을 비우나요?
어떤 때 마음을 비우지 못하나요?
그런들 저런들 나의 모든 마음을 껴안으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머리로만 비우려 하지 말고
가슴으로도 비우는 하루를 살고 싶습니다.
그 빈자리에
'지금의 나'라는 꽃이 만개하도록
가슴을 비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