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왼쪽 어깨가 많이 쑤십니다.
예전에 회전근개 부분파열이 된 왼쪽 어깨 깊숙한 부분에서
계속 저릿한 느낌이 올라와 불편합니다.
당연하게도 청소를 대충 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이런 마음의 교묘한 술책 때문에
매일 청소를 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의심을 합니다.
청소조차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아닌가.
오늘 나무둘 라디오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경전을 필사하던 수도자가
자기가 베끼고 있는 글이 세대를 걸쳐 지나오면서
이미 잘못된 내용을 전수하고 있지는 않을까 의심했습니다.
의심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수도원장이 지하의 원본을 찾아보고는
벽에 머리를 찧으며 울고 맙니다.
"원본에는 '즐겁게 살라 celebrate'는 것이었어. '독신 생활을 하라 celibate'가 아니었어."
저라도 지난 수많은 금욕의 세월을 회상하면서
울고 싶을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리고 왼쪽 어깨의 술책을 환영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청소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나는 왜 맨날 보이지도 않는 먼지를 청소하고 있는가.
청소기를 돌릴 뿐 먼지가 제거되는 것은 안 보이지 않는가.
무시무시한 루틴의 개미지옥에 빠진 것은 아닌가.
이런 반성을 하고 있는 찰나
청소기를 들이밀고 있는 바닥 한 칸이 웃으며 말을 겁니다.
"그러게. 나는 깨끗하다고 했잖아. 왜 자꾸 청소해야 된다고 우겨?
루틴은 매너리즘의 다른 이름이 될 수도 있어!"
허허. 화들짝 정신이 듭니다.
청소의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청소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산뜻한 기분으로
마음껏 이 시공간을 누리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의 아침을 활기차게 깨우기 위함입니다.
과연 그 목적에 부합한 청소일까,
스스로 질문하며 바닥 한 칸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좋게 말하면 무념무상,
적나라하게 말하면 아무 생각 없이
청소기로 바닥 칠하기 놀이를 하고 있을 때가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건 단지 청소를 했다는 기분을 내는 것일 뿐.
진짜 청소가 되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으며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다는 환심을
스스로에게 사는 것입니다.
아뿔싸.
정말 그러네.
효과 없는 루틴은 매너리즘의 다른 이름일 뿐이야.
바닥의 송곳 같은 경책을 순순히 받아들입니다.
내가 하는 청소가 정말 청소인지 눈여겨보며
오늘의 청소를 마칩니다.
당신은 어떤 루틴을 가지고 있나요?
그 루틴은 어떤 효과를 내고 있나요?
혹시 그저 열심히 살고 있다는 기분만 나게 하지는 않나요?
오늘은 내가 무심코 보내는 일상을
조금 더 눈여겨보고 귀 기울여 보려고 합니다.
내가 하는 이것이
루틴인가, 아니면 매너리즘인가 유심히 살펴보며
정말로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이 다가가는 길을 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