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마지막 흔적까지 사랑하며 떠나고 싶어요.

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by 나무둘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매일 청소를 하지만 매일 조금 더 새로울 수 없을까,

매일 아침 생각을 합니다.


아침마다 청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내 정신의 칼날을 벼리고

새로운 하루를 더욱 새롭게 시작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청소가 더 새로워지려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나무둘 라디오에서도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을 생애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

무감각한 일상에 삶의 절실함을 파묻지 말라.


그 이야기를 이어받아 청소를 하고 있는 내게 묻습니다.

'오늘이 생애 마지막 청소라면 어떻게 할래?'

청소하는 구석이 달라질까? 도구가 달라질까? 기술이 달라질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제 했던 청소를 오늘도 그대로 할 것입니다.


다만 정신은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이 의자를 마지막으로 옮기는 듯

이 탁자를 마지막으로 닦는 듯

이 책장을 마지막으로 터는 듯

하나하나 의미를 새기면서 바라볼 것입니다.


생애 마지막 청소를 하면서

내 삶을 완전하게 매듭지을 것입니다.

정성스럽게 청소를 하며

내 인생을 깨끗하게 정리할 것입니다.


삶을 떠나는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에 주변 정리를 하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내가 하는 청소도 역시 그런 것입니다.

아침부터 쓸고 닦고 비우며

죽음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갑니다.

죽음을 되새기며

삶을 더욱 절실하게 살라고

간곡하게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청소입니다.


청소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오늘 하루를 살게 하는 힘.

매일의 청소는 죽음을 기억함과 동시에

오늘 하루의 삶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아침 청소를 마치자마자

일말의 여지도 없이 곧장 죽는다면

나는 이 청소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그렇다면, 청소에 진심이고 싶습니다.

내 생애 마지막 행위인 청소에

사력을 다해 열정을 쏟고

영혼을 불어넣고 싶습니다.

마침내 청소된 공간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 싶습니다.

내 삶의 마지막 흔적을 사랑하며 떠나고 싶습니다.


청소는 단지 비우고 치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흔적을 아주 아름답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살다 간 이곳에

누군가가 와서 '아 참 살기 좋은 곳이야.'하면서 머무를 수 있도록.

그런 진심을 담아 마음에 넉넉한 빈자리를 키우며

인생을 청소합니다.


오늘이 생애 마지막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나요?

지금 하고 있는 바로 그 일이 끝나자마자 죽는다면 그 일을 어떻게 대할 건가요?

매일이 내 삶의 마지막 같은 절실함이 있다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오늘 하루만큼 우리는 죽음을 향해 가까워지겠지요.

그리고 죽음을 감지하는 만큼

오늘 하루를 더욱 절실하게 사랑하겠지요.


우리 오늘

생애 마지막 순간에 삶을 돌아보듯

열렬하게 삶을 사랑하며 산다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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