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아침편지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 상담 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오늘 아침은 꽃샘추위로 무척 쌀쌀합니다.
해는 더 높고 더 밝게 떴습니다.
이 추위에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용기가 불끈 솟습니다.
함께 해요. 오늘도 우리 힘차게 살아보아요!
속으로 응원의 파이팅을 건넵니다.
어제는 새벽부터 일이 있어서 하루 건너하는 청소.
오늘 나에게 청소가 허락되다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청소를 하면서 기분이 좋을 수 있는 인간.
나는 호모 클린스(?)입니다.
사실 마음속에는 아주 약간 켕기는 게 있습니다.
청소는 가장 돈이 안 되는 일이 아닌가.
가장 먼저 치워 버려야 할 일이 아닌가.
청소는 정말 레버리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아침마다 청소하며 쓸모없이 시간 낭비를 하는 건 아닌가.
다른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게 귀찮아서 매일 열심히 청소를 하는 것은 아닌가.
자유로운 척하지만 마음속에는 먼지처럼 가끔 떠오르는 생각들.
상업 자본주의에 물든 이런 생각들이 은연중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생각들이 드니 더더욱,
청소하는 기쁨을 늘리고 싶습니다.
청소를 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충만하다면
청소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청소가 주는 기쁨이
다른 걸로 도저히 대체 불가능하다면 어떨까?
요새 식사를 절제하며 이런 기쁨을 맛보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간단히 토마토, 오이, 무, 사과 등을 생으로 간단히 먹습니다.
점심에는 고구마를 먹거나 반 그릇 정도로 식사를 합니다.
저녁에는 제대로 한 끼를 먹습니다.
하루 종일 절제하다가 저녁에 제대로 먹는 식사.
세상에, 이렇게 밥이 맛있다니.
물김치와 밥만 먹어도 너무 맛있습니다.
입 안에 군침이 살살 돌고 음식을 씹는 맛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매일 저녁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저녁마다 간단한 밥과 반찬만으로도
황홀한 식사를 하면서 놀라고 있습니다.
매일 이렇게 크나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니.
전생에 무슨 공을 세운 걸까요.
오호 그래?
청소도 그렇게 해 보자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도 좋지만 기쁨을 백 배 더해보자.
청소도 그런 일이 되게 하고 싶습니다.
매일 아침 너무도 기다려지는 황홀한 청소.
그러면 아침에는 황홀한 청소에 기쁨이 충만하고
저녁에는 황홀한 식사에 기쁨이 폭발할 테니.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갈비뼈가 다 드러나도록 고행을 하셨구나!
불현듯 큰 깨달음이 찾아옵니다.
하기 싫은 일이 아니라
해치워야 할 일이 아니라
수단으로써의 일이 아니라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로 만들기.
20대 시절 한참 방황하던 시절에
내 인생을 깨끗이 쓸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청소를 업으로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그때도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습니다.
매일 청소를 하면
온갖 번뇌에서 해방되어 득도의 기쁨에 이르리라는 것을.
오늘은 뜻밖에도
청소로 해탈의 문을 열었습니다.
세상을 쓸고 닦으며
내 삶을 산뜻하고 윤기 나게 하는 일,
참으로 맛깔나고 황홀한 청소입니다.
당신이 매일 하는 일에는 어떤 맛이 나나요?
그 행위는 내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나요?
혹시 그것이 크나큰 기쁨과 해방의 열쇠가 될 수도 있을까요?
나는 오늘도 청소를 마쳤습니다.
누군가 정신 승리일 뿐이라고 놀려도
가장 하기 싫은 일도
가장 하고 싶은 일로 만들 줄 아는
호모 클린스로 삽니다.
꽃샘추위 같이 맑게 깬 정신과
아침 태양처럼 가슴 벅찬 희망을 품고
내 인생을 향해 하이파이브!
청소가 가장 황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