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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Jan 19. 2022

심리상담에서 나를 잘 표현하는 법

살아있는 이야기는 다 구구절절하다.

심리상담은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마법의 시간이 아닙니다. 심리상담사가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 '이렇게 하세요!'라고 무릎이 닿기 전에 처방해주지 않습니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심리상담사도 속내를 알 길이 없습니다. 내가 나를 표현하는 만큼 심리상담은 진척이 됩니다.


상담실에서는 대개 두 가지 표현 방식을 만납니다.


'남자 친구랑 자꾸 싸워서 힘들어요. 남자 친구는 맨날 자기 생각을 고집해요. 내가 어떤 마음인지 듣지를 않아요.'


끝. 할 말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멈추고 있는 경우입니다. 반면에 같은 이야기를 아래처럼 다르게 표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엊그제 남자 친구랑 사소한 문제로 다퉜어요. 별로 중요한 문제도 아닌데 남자 친구가 고집을 부려서요. 저녁 6시 전에 할인하는 음식점에 갔거든요. 저는 배가 안 고파서 근처에서 데이트하다가 제 값을 내더라도 그냥 6시 넘어서 먹자고 했는데, 남자 친구는 어차피 1시간씩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니까 할인할 때 먹자는 거예요. 별것도 아니었는데 그게 시작이 돼서 크게 싸웠지 뭐예요. 말하다 보니 저도 고집부리긴 했요. 시간 차이가 큰 게 아니라서 양보할 수는 있었지만 남자 친구가 고집을 부리니 저도 제 주장을 꺾고 싶지 않았거든요."


이 두 가지 표현 방식 중 어떤 이야기가 더 와닿나요? 둘 중 어떤 표현이 자기가 누구인지 더 잘 말해주나요? 어떤 사람이 심리상담에서 더 도움을 받기 쉬울까요?


정답은 명확하지요.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상대방에게 잘 알리고 싶다면 나의 구체적인 경험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라고만 말하면 실감 나게 전달이 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얼마 전 세미나에서 발표자가 나에게 질문을 하는 바람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고 말하면 훨씬 실감 나지요. 그러면 상대방도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내성적이라 힘든 사람인지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이해받고 싶다면 나에 대해 충분히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자면 실제 경험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심리상담사는 도사가 아닙니다. 심리상담에서 도움을 제대로 받고 싶다면 내 경험을 구구절절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뭐 이런 것까지 이야기하나 싶을 정도로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심리상담사에게 나를 잘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내가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위의 두 번째 예시에서도 화자가 '말하다 보니 고집부리긴 했네요'라고 고백하지요. 자기를 잘 표현하면 상담사에게 어떤 도움을 받기도 전에 스스로 자기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됩니다.


심리상담 중에 상담사가 나를 더 잘 이해해주길 원한다면,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나의 구체적인 경험을 자세히 이야기하세요.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이야기는 다 구구절절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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