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새벽에 거리로 나오니
몇 안 남은 벚꽃의 흔적이
나무에 매달려 있습니다.
하얀 연분홍의 정갈한 자태는 어디 가고
빛바랜 하양과 분홍과 초록이
갈색 가지에 뒤섞여 있습니다.
잡채밥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과 며칠 전의 곱디고왔던 시절이 떠올라
어쩐지 약간은 볼썽사납기도 합니다.
지하를 청소하기 시작합니다.
먼지를 털고 상담실을 청소하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서
1층에서부터 계단을 쓸고 내려갑니다.
이제 계단 쓸기가 거의 마무리가 되려는 찰나
집에서 긴급 호출이 옵니다.
아차.
오늘은 아내가 일정이 있어서
아이들 아침을 내가 챙기기로 한 것을 깜박했습니다.
서둘러 청소를 대충 마무리합니다.
약간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기까지만 청소하면 다 되는데.
어수선했던 벚꽃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벚꽃도 조금 더 피어 있고 싶었겠지만
자기의 계절이 가는 걸 알고 스스로 몸을 던졌구나.
청소도 때가 있는 법.
제때가 아닐 때는 미완성이라도 손을 놓아야 하는구나.
나에게 타이르듯 이야기합니다.
미완성이 미완성으로 남는 것은
일이 마무리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올 때 오고 갈 때 갈 줄 모르기 때문이야.
시절 인연에 충실할 때
인생이 원래 미완성이라는 걸 받아들일 때
오히려 모든 것은 완전한 거야.
오도송이 절로 나옵니다.
인생은 미완성.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멎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 해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그림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 해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 마는 조각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 해
불완전한 채로 완전함을 볼 줄 아는
아름다운 눈을 갖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잡채밥 같은 벚나무도
한치의 흐트럼 없이
자기 생명을 완벽히 표현한다는 것을
볼 줄 아는 내가 되길 소망합니다.
미완성인 채로 완성인 인생에 대해 생각합니다.
미완성인 채로 이 글도 문득 끊고 싶은 충동을 따라
오늘은 살짝 파격을 부립니다.
미완성은 이렇게 완성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