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마스떼.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신의 대리인이에요.

by 나무둘

오늘도 서점이자 심리상담센터를 청소했습니다.


아침 햇빛이 드는 계단 난간에 먼지를 터니

수많은 먼지가 빛 속에서 춤을 추는 것이 보입니다.


미꾸라지처럼 먼지떨이를 흔들며

얌전히 앉아 있던 먼지의 잠을 깨우자

먼지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요란하게 뒤척입니다.


'접촉'

어제 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나의 먼지떨이는 예삿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다시 나답게 생각이 널뛰기를 합니다.

이 먼지떨이는 그냥 먼지떨이가 아니구나.

생명을 불어넣는 마법봉이구나.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나의 먼지떨이는 하늘과 교신하는 무전기.

곳곳에 사랑과 은총을 묻히는 신의 붓.


나는 일개 먼지를 터는 청소꾼이 아닙니다.

하늘이 뭇 존재를 어떻게 사랑하며 보살피는지 전해주는 메신저입니다.


반짝이며 부유하는 먼지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세례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무심해 보이는 계단 난간에서조차

신의 축복이 얼마나 충만히 넘치는지 보여줍니다.


이런 생각이 들어 먼지떨이를

아니 신의 붓질을 좀 더 정성스럽게 행합니다.

성당이나 교회에서 안수기도를 하듯이

사물을 곱게 쓰다듬습니다.


책이 소리칩니다.

저도요!


그래 너도 쓰다듬어 줄게.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길.


스탠드가 소리칩니다.

나도 있어요!


그래 너도 어루만져 줄게.

신의 평안이 함께 하길.


곳곳에서 와글와글.

사물들이 환호하며 소리칩니다.

너도 나도 사랑과 은총의 터치를 원합니다.


먼지떨이가 가 닿는 곳마다 접촉의 불꽃이 튑니다.

우리가 만나자 먼지는 떨어져 나가고

우리 사이에 금빛 축복과 은총이 머무릅니다.

스파크는 더욱 강렬해지며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아 나의 청소가 이럴 수도 있구나.

생각하지도 못하게 신의 대리인이 되고 보니

일상이 온통 그렇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습니다.


내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이

나의 신과 그대의 신이 만나는 생생한 현장이구나.

나마스떼!


맙소사

내가 하고 있는 이것은 그저 청소가 아니구나.

이 모든 것이 신의 체험, 신의 현현이구나.


반짝반짝

두근두근

펄떡펄떡


끝없이 흐르는 강물 위에 산란하는 햇빛처럼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등에 반짝임처럼

먼지떨이가 닿은 곳마다 잠자고 있던 심장이 깨어나 두근거립니다.


당신의 신은 당신에게 오늘 무엇을 말하고 있나요?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신의 대리인이지 않나요?

당신은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사나요?


청소를 마치며

청소라는 걸 할 수 있는 오늘에 참 감사함을 느낍니다.


기사 작위를 수여하듯

신의 붓을 내려놓으며

세상 모든 것에 신의 은총이 가득하길

살아있는 모든 것이 오늘 하루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의미 없음 속에서 의미가 버젓이 살아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