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의 편지 11

브라보 마이 라이프! 흰 소를 타고 간 사나이

by 나무둘

예상치 못한 편지를 받고 일상의 노곤함이 씻겨 나가는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오늘은 하루 종일 팍팍했던 마음에 혼자 술이나 한 잔 할까 했는데 이 편지 덕에 마음이 좀 놓이는 듯해요.

상담사님. 잘 지내셨지요?

마지막 상담 끝난 때로부터 참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저는 그때보다는 훨씬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때는 '내가 왜 먹어야 하나, 직장 일만 아니면 하루 종일 안 먹어도 되겠다, 살려고 먹는 게 아니라 살아있으니까 먹는다.'는 심정이었는데 이제는 살기 위해 먹는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식욕이 돌아와서 먹고 싶다는 느낌이 있으니 사는 것 같더라고요.

누가 사는 건 먹는 게 전부라고 하던데 먹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저이지만 그 말이 실감납니다.

이런저런 음식이 먹고 싶은 생각도 들고 주말에는 뭘 먹을까 맛집을 검색하는 재미로 하루를 보내기도 해요.

이번 주말에는 생선구이 먹으려고 잘하는 데를 물색해놓았어요.

상담사님도 오시면 좋을 텐데. 거리가 꽤나 멀지요?

참 신기한 변화네요.

그때는 죽을힘을 다해 살아남았는데.

생명이 살아있는 것은 원래 살게 되어 있는 것인지.

아무리 기타를 치고 추모를 해도 상담 끝날 때까지만 해도 아직 마음이 지금처럼 돌아오지는 않았었어요.

역시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같은 고통을 겪은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무슨 심리상담을 하나 싶었지만 상담도 해 보니 마음을 나누는 자리가 참 소중하다는 것도 알게 됐지요.

가끔 일상이 버티기 힘들 때는 상담사님도 떠오르고,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게 생각지도 못한 힘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근처 오실 일 있거든 연락주세요.

이번에 오시거든 콩나물국밥보다 더 뜨끈하고 맛있는 걸로 대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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