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사랑한 사람. '만약에'라는 불안 중독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 문구 참 좋은데요?
'삶은 탄생과 죽음 사이에 있는 변화다.'
요새 제 처지에 딱 맞는 이야기라서 살짝 놀랐어요.
회사를 얼마나 다녔다고 벌써 팀이 3번이나 바뀌었어요.
이 회사를 다니는 건 끝없는 변화의 향연이에요.
회사를 다니면서 가만히 보니까 다들 사람들이 저만큼이나 불안에 떨면서 살고 있더라고요.
대부분 저보다 잘 숨겨서 티가 안 나는 차이가 있는 거지, 조금 깊이 이야기해보니까 속으로는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담배 타임에 이런 얘기들이 은근히 잘 나오더라고요.
‘만약에’ 제가 담배를 안 배웠으면 회사 생활을 어떻게 했을까요? 하하.
어쨌든 그걸 보면서 이 회사 들어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기죠?
팀을 3번이나 옮긴 이유도 뭐 때문인 줄 아세요?
다들 팀 개편하면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에게 적응하기 싫다고 해서 마지못해 제가 하게 된 거예요.
아무도 안 가겠다고 하는 와중에 팀장님이 저를 지목하기도 했어요.
거부할 수도 있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았어요.
생전 처음 입사라는 걸 해서 반강제적으로 적응 과정을 겪다 보니 남들보다 꽤 잘 적응한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용기가 좀 생겼나 봐요.
'다들 피하는 거라면 내가 해 보자. 지금까지 잘 적응한 내가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완전 잘하고 있어요.
입사 전의 저와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변화예요.
아니다, 상담 전이라고 해 드릴게요.
그것도 사실이니까요!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데 불안한 게 좀 더 자연스러워졌다고 할까요?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철저하게 준비하는데 불안을 쓰면서 어떤 때는 불안을 활용하기도 하고요.
희한하게도 그러는 동안은 불안하지 않더라고요.
불안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던 게 뭔지 피부로 와 닿아요.
회사생활하며 실감나게 깨닫는 중이에요.
(상담 때는 다 말씀 못 드렸는데 불안과 친구처럼 지내라는 게 그땐 정말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러고 보니 세상 모든 것에 불안해하던 저인데 어떤 면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강하기도 한가 봐요.
잘하고 있는 저를 칭찬합니다.
선생님께도 이런 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네요.
불안한 가운데에도 미래를 희망할 수 있고 현실을 살 수 있다니!
예전의 제가 지금의 저를 본다면 깜짝 놀랄 거예요.
어쩌면 계속 '만약'만 이야기하는 제가 지겨우셨을 수도 있는데 끝까지 잘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때 선생님이 곁에 있어서 남들에게 말 못하는 고민을 의논하고 의지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불안과 친구가 되기까지(되어가는 중이기도) 한 걸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한번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