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지 않는 답장 4. 성공

스승 상담사가 상담사에게 마음으로 남기는 답장

by 나무둘

선생님이 보기에 나는 성공한 상담사인가요?

상담사가 성공하면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하다고 쓰셨죠?

저처럼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저를 찾아오지 않으셨겠어요? 허허.

보내지 않을 편지이니 이렇게 흰소리도 늘어놓아요.

그래요. 성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선생님처럼 나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그리고 그들이 여전히 성공을 갈구한다는 것을 매번 보지요.

성공은 했으나 삶의 행복과 의미를 찾지 못해 더욱 성공하려 애쓰는 그들을 봅니다.

그들은 더 큰 성공에는 더 의미 있고 더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착각하며 더 큰 노력을 하곤 하지요.

그리고 더 큰 좌절감에 빠져 나를 만나러 와요.

나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가 성공이 뭔지도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편지에서 요한 씨돌 용현님을 언급하셨지요.

그분의 이야기는 참 감동적이더군요.

그분은 그런 식으로, 요한 씨돌 용현답게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고요.

그래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성공은 무엇인가요?'

내가 보기에는 편지의 많은 부분에서 나의 성공이 아닌 그의 성공을 닮고 싶다는 듯했습니다.

헌신적으로 나눈 삶에 대해 감동을 받은 것은 좋아요.

그렇다고 그것을 그대로 복제한다면 그것은 과연 나의 성공이 될까요?

누군가의 꽁무니를 따르는 것에 성공하면 내 삶의 선두에 서는 법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나도 20대 한때 세간에 스승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좇아 다닌 적이 있었어요.

스승을 철저히 따르고 그의 가르침을 완전히 배우면 스승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눈먼 희망을 품었던 시절이에요.

다행히도 오랜 기간 그 밑에서 수학하고 따르면서 온갖 인간 군상의 면면들을 보았어요.

그리고 스승 주위에 오래 머물다 보니 스승의 여러 실수도 보게 되었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분명히 알게 됐어요.

그도 나처럼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것을.

스승이라는 존재는 때가 되면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디딤돌이 됩니다.

디딤돌이 되지 않는 스승은 스승의 자격이 없고, 언젠가 그 디딤돌을 딛고 서려하지 않는 제자는 제자의 자격마저 박탈당할 것입니다.

선생님은 제자의 길을 충실히 가고 있나요?

아직도 가야 할 선생님만의 길은 무엇인가요?

그들이 아니라 젊은 시절의 나의 방황이 나에게 가르친 것은 무엇인가요?

선생님의 긴 편지를 읽고는 이 한 마디가 하고 싶더군요.

'타인의 성공은 접어두고 아직 성공하지 않은 불완전한 자기 자신으로 충분히 살아보라.'

이 역시 나의 생각일 테지만 나는 나의 젊은 시절의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그래도 방황을 끝까지 살아보기로 했다는 말에서 희망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방황이 철저히 자기의 것이길 기원합니다.






이 글은 아래 편지에 대한 답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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