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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Feb 12. 2022

사랑, 그리고 결혼은 나의 선택이었을까

나는 과연 결혼하고 싶어서 결혼했을까요? 

꼭 그 사람이어야만 했을까요? 

그 결혼은 과연 나의 선택이었을까요? 


가끔 이런 표현을 듣습니다. 

‘사랑의 완성은 이혼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사랑의 완성이 결혼이 아니라 이혼이라니. 이 말장난 같은 말은 이런 뜻을 담고 있습니다. 모든 만남은 헤어짐으로 끝이 난다는 것이지요. 이혼이 별 일이 아닌 게 된 이 시대에 결혼이 이혼으로 끝난다는 말은 일리가 있게 들립니다. 결혼의 결말이 이혼이라는 것이지요. 농담 같지만 들어보면 또 맞는 말 같지요.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는 것인지 살다 보면 아침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생각보다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중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어서 결혼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잘못들은 줄 알았습니다. 복수하고 싶어서 결혼한다니? 그런데 다시 물어봐도 복수라는 말이 맞더라고요. 그 사람은 왜 복수하고 싶은 사람하고 결혼까지 하는 것일까요? 


결혼을 하면 상대를 완전히 파멸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랍니다. 연애 중 온갖 모욕을 안겨 준 상대에게 복수를 하는 방법으로 결혼을 선택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대로 복수하기 위해서 결혼을 하자마자 이혼을 꿈꾸고 있는 것입니다. 오래된 전에 들은 이야기라 그 이후에는 실제로 어떻게 되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복수하기 위해 결혼하겠다는 그 사람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굉장히 원망스럽고 그 사람에게 굉장히 화가 나서 정말로 복수하고 싶어서 결혼까지도 한다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결혼은 이 정도로 극단적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봅시다. 과연 결혼은 나의 것이었나? 


이미 결혼을 하신 분들은 결혼식 당시의 그 우스꽝스러웠던 현장의 느낌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 결혼식은 누구를 위한 결혼식이었나요? 우리 부부의 축하를 받기 위한 자리였나요? 우리들이 스스로 결혼을 다짐하기 위한 자리였나요? 대부분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대부분은 아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결혼한다고 신고하는 아주 소란스러운 행사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결혼식 당일에는 호텔이나 집에 들어가서 첫날밤이고 뭐고 바로 뻗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결혼식 자체가 너무 아름답고 의미가 있어서 계속 추억하고 싶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한 친구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결혼은 두 번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혼식은 두 번 다시 못하겠다고. 이것이 현실의 결혼의 모습이지요. 


그러고 나서 이어지는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내가 택한 이 사람이 결혼하기 전의 그 사람이 맞나요? 결혼 이후의 삶은 결혼하기 전과는 참 많이 다릅니다. 항간에 이런 농담도 있지요. 그 사람은 달라진 게 아니라 원래대로 돌아간 거라고. 오빠는 원래 그랬다. 결혼하기 전까지  본인의 성격을 잘도 숨기고 잘 참은 것이지요. 이것이 사실이라면 참 서글픈 현실입니다. 


내면아이 치료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제 와서 보면 도무지 이해할 할 수 없는 결혼 생활을 하게 되는 이유는 서로의 내면 아이가 결혼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이지요. 우리가 각자 성인으로서 의식적으로 상대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미숙한 내면 아이가 상대의 미숙한 내면아이를 무의식 중에 알아보고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좀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일생일대의 중대사를 의식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니.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나도 인식하지 못한 무의식의 입장에서는 나에게 꼭 맞는 상대를 고른 것입니다. 나의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을 채워 줄 상대를 무의식 중에 골라낸 것이니까요. 이처럼 나와는 다른 사람을 골랐으니 결혼을 하고 나면 문제가 드러나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연애할 때만 해도 서로 잘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은 내면아이가 완전히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혼 후에는 무의식이 고삐가 풀려 내면아이가 본격적으로 활개를 치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무언가 많은 것이 변합니다. 결혼을 하면 연애 상대였던 사람이 이제는 함께 사는 가족이 됩니다. 내 일생을 알고 있는 가족에게 우리는 있는 꼴 없는 꼴을 다 보여주며 살았지요. 그런 가족 말입니다. 그 사람도 이제 엄마, 아빠, 형제자매처럼 가족이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을 내가 선택하지 않았듯이 나의 연인도 어느새 그렇게 가족의 한 사람이 됩니다. 우리 가족 한 명 한 명을 내가 고르지 않았지만 평생 함께 살아가듯이 나의 배우자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내면아이가 골랐으니 내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 내면아이 역시 내가 키워온 것이니까요. 


이렇게 해서 결국 인생은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반복합니다. 인생은 결혼을 통해서, 가족을 통해서 나에게 이렇게 주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내 책임이 아닌 것 같은 것에도 최선을 다하라.’


이것이 인생의 묘미지요. 

그리고 이는 삶이 우리에게 평생에 걸쳐 풀라고 남기는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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