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끌어안고 살아낸다는 것

불안은 존재를 감싸는 기후

by 나무둘

언젠가 알게 되었다.

불안은 스쳐 가는 감정이 아니라 존재를 감싸는 기후라는 사실을.

기쁨의 뒤편에도

평온의 가장자리에도

언제나 조용히 머물던 낯선 안개처럼.


오랜 시간, 불안을 떨쳐내려 애썼다.

끊임없이 자신을 묻고 또 다그치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믿음 아래

고장 난 기계처럼 수리하려 들었다.


그러다 문득 다르게 느껴졌다.

불안은 적이 아니라

어설픈 방식으로 지키려 했던 조용한 동반자일지도.


속삭임은 늘 조심스러웠다.

“다치지 말자.”

“이번에는 상처받지 말자.”

거칠지만 진심이 담긴 목소리였다.

그 진심을 무시하지 않고

가만히 안아보기로 했다.


그때부터 불안이 조금씩 달라졌다.

가시 돋친 외침 대신

깨어 있기를 권하는 속삭임이 되었고

넘어지기 전에 숨을 고르게 해주는 신호가 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로저스의 말처럼

완벽하지 않은 나를

불완전한 마음을 품게 되었을 때

삶은 비로소 한 발짝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낯선 길목 앞에 서면

불안은 다시 다가온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감정이 무너지게 하진 않는다는 것을.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살아간다는 것.

결국 그런 것 아닐까.

두려움과 손을 잡고도

자기 자신을 껴안으며

끝내는 나아가는 일.


f7438bd7-89d1-46e4-bd4d-5ecbf7844203.p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거름이 된 기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