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딤의 끝에 만나는 삶

살아 있으려고 애썼던 게 성공이다.

by 나무둘

한 사람이 긴 시간을 버텨낸다.

어떤 날은 가족을 위해

어떤 날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날들에는

자기 자신조차 잊은 채 버텨야만 했다.


견딤은 처음에는 희망이었고

곧 의무가 되었고

어느 순간엔 무게가 되었다.

붙들고자 했던 삶이

되려 등을 짓누르는 짐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가끔 전부를 다 바쳤던 시간들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맞는다.

'이토록 애썼는데, 왜 아직도 나는 이 모양일까.'

그 절망은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영혼을 갉아먹는다.


그러나 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

성공이 아니어도 완성이 아니어도,

그저 '살아 있으려고 애썼던' 그 마음 자체가 이미 하나의 생명이다.


이제 그는 아주 작은 감각으로 다시 존재를 연습하고 있다.

따뜻한 햇빛이 손끝을 스치는 느낌, 가만히 숨을 들이쉬는 순간.

그 모든 사소한 살아 있음이

무너졌던 시간을 다시 일으킨다.


견딤의 끝에서 만나는 삶은 다르다.

더 이상 무엇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믿어주는 것.

'살고자 했던 나'를 다시 껴안아주는 것.


삶은 다시 느린 속도로 손에 닿는다.

언젠가 이 온기는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아픈 기억들마저 다정히 덮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결코 헛되이 살지 않았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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