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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Mar 18. 2022

심리상담은 괴로움을 자처하는 수행

오리지널로 살려면 각오를 해야 한다.


심리상담은 주체성을 키우는 작업입니다. 내가 나로 살기 위해 전심을 쏟는 현장이 심리상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을 받으면 오리지널이 되기 위해 계속 연습을 하게 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삶. 다른 이를 흉내 내지 말고 오리지널로 살기. 오직 내가 되기 위한 연습을 철저하게 하기. 심리상담은 그런 면에서 수행과도 닮았지요. 


이런 까닭에 심리상담은 참 괴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하던 대로 하고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냥 무던하게 조직에 맞추면서 살던 나를 일깨웁니다. 그로 인해 괴로웠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고 자기기만을 그만두게 합니다. 불화의 씨앗을 키우고 싶지 않아서 자기 자신을 숨죽이고 있다는 것을 뚜렷하게 자각하게 만듭니다. 이제까지 그럭저럭 굴러가던 삶의 방식에 제동을 걸게 만들고야 맙니다. 맙소사! 심리상담은 함부로 받을 것이 안 됩니다. 


심리상담은 내담자뿐만 아니라 주변인에게도 괴로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나 자식의 입장에서 내담자를 상담에 의뢰한 경우라면 더욱 골치가 아파집니다. 내 말 좀 잘 듣도록, 우리 집에 더 이상 분란이 없도록 상담에 맡겨 놓았더니, 어랍쇼? 우리 아들, 딸, 부모가 점점 자기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기 시작합니다. 자기 할 말을 따박따박 논리적으로 하는 우리 자식이나 부모를 보면 내가 화병이 날 것 같습니다. 상담에 의뢰할 때는 내 속 편하자는 생각도 한몫 거들고 있었는데, 아뿔싸! 갈수록 애초의 내 계산과는 영 수가 틀려집니다. 내 속을 더 긁어놓는 것이지요. 마치 '삐뚤어질 테다'라는 모습을 보는 느낌일 수 있습니다. 사실 그게 당사자에게는 건강한 반응일 수 있는데 말이지요. 그것이 우리 모두의 건강한 관계를 위한 길일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

 

이래저래 심리상담은 괴로움을 자처하는 수행입니다. 당사자에게도 주변인에게도 오리지널로 살겠다는 것은 만만하지 않은 작업입니다. 기존의 생활방식과 기존의 관계방식에 파열음을 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리지널이 아니었기에 오리지널로 살겠다는 당연한 소리에 처음에는 온갖 군데에서 불협화음이 납니다. 편안해지고자 뒤틀린 척추를 교정하는 것도 처음에 큰 불편을 자초해야 하지요. 뭐든 어긋나 있던 것을 바로 잡고자 하면 불편함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한 인간이 자기 자신으로 산다는 것이 이토록 괴로운 일이 될 줄이야!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나는 늘 나 자신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나 자신이 아닌 삶을 계속 살면 공허함에 짓눌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매우 무미건조한 삶 가운데 영혼이 생기를 잃어갈 수 있습니다. 어느 날 화장실 거울 앞에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보면서 이렇게 자문할지도 모릅니다. '이건 내 삶이 아니었어. 도대체 내 삶은 무엇이었지?' 


세상에 오리지널로 살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나무는 나무일 줄 알고, 새는 새로 살 줄 알고, 바위는 바위처럼 있을 줄 압니다. 삼라만상이 오리지널입니다. 그처럼 이 거대한 우주의 티끌 같은 한 사람, 내가 오리지널로 살겠다는 것은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입니다. '나는 오늘부터 나로 살겠다'라고 외친다면 세상 만물의 이치에 합당한 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단 온갖 괴로움과 불화와 불협화음을 견딜 각오를 해야 합니다. 나는 준비가 되었어도 내 주위와 내가 사는 세상은 준비가 안 되어있을 수 있으니까요. 각오가 되었다면 뛰어들어도 좋습니다. 심리상담은 내가 오리지널로 살도록 힘껏 응원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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