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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Mar 29. 2022

심리상담에도 휴가를!

떠나면 비로소 알게 된다.

'쉬는 시간을 주세요!'


세상에 휴지기를 가지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겨울에 동물들도 동면에 들어가면서 긴 시간 휴식을 취합니다. 우리도 보통 여름철이면 휴가를 떠납니다. 365일 24시간 일만 하고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는 시간을 가지고 차 마시는 시간을 가지고 담배 피우는 시간을 가집니다. 50분 수업에는 응당 10분 쉬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심리상담도 휴가를 떠나면 어떨까요? 심리학 교과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 말(물론 모든 책을 샅샅이 뒤져보지는 않습니다). 어찌 됐건 꽤나 생소한 발상이지요? 동시에 세상 만물이 그렇게 흘러가니 고개가 끄덕이는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리 좋은 심리상담이라 할지라도 쉬면 좋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그렇게 하는 내담자들도 계시지요. 심리상담으로부터의 휴가,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온 그분들은 대개 생기가 넘칩니다. 돌아온 그분들은 심리상담에서 다루고 있던 산맥의 큰 고비를 하나 스스로 넘고 온 듯 보입니다. 그분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선명합니다. 


'선생님이 좋은 분이고 심리상담이 도움이 많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네요.'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돌아온 분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내면에서 스스로 발견한 기쁨을 나누고 싶어서 어서 심리상담에 오고 싶었다고도 합니다. 심리상담이 아무리 해도 줄 수 없었지만 스스로 발견한 그것. 상담 중에는 아무리 문답이 오고 가도 오리무중이었던 것에 눈이 확 뜨인 경험. 이를 스스로 해낸 자기 자신에 대한 뿌듯함. 이 모든 것을 나누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분들이 상담을 쉬면서 한 행위는 지극히 단순한 것입니다. 내적 몰입. 먼저 기존의 자기 상처에 중독적인 모습에서 탈피합니다. 충분히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동시에 그 상처를 대면합니다. 무슨 수를 써도 결코 끝나지 않았던 상처였기에 마음이 잠잠해진 휴가 기간에 오히려 모습이 선명히 드러나는 것이지요. 그래서 치열하게 물고 늘어집니다. 한 번도 이 정도로 깊이로 들여다본 적이 없어,라고 할 만큼 자기 안에 깊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상처를 부둥켜안기도 하고 씨름을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눈물 콧물 빼는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잘 진행되던 심리상담이 지지부진한 느낌이 들어 본의 아니게 휴가처럼 떠났던 그 시간. 그들은 막혀있던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고야 맙니다. 상담 관계에서 막히기 전에 자기 안에서 막혀있던 것. 그리고 그것이 여태 상처를 지속시켰다는 사실. 이미 오래전에 그 사건이 끝났는데 지금까지도 그것을 짊어지고 스스로 아프게 했다는 사실을 완전히 깨닫습니다. 


이럴 때면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심리상담은 그저 촉매제 정도구나. 진정한 성장은 무언가를 고쳐보려고 분투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그 문제에서 멀리 떨어져서 잠시 쉬면서 찾아오는구나'라는 것을요. 


애써 찾은 심리상담마저 막막해지거든 내 안에서 스톱을 외쳐 보세요. 이도 저도 안 될 때는 그냥 쉬라고 하듯이 불가항력의 시간에는 심리상담처럼 나를 돌보는 그 작업들도 쉬어 보세요. 잘 쉬려고 애쓰지 않으면 진정 쉬게 됩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충분히 오래 쉬다 보면 앞서 말씀드린 분들처럼 진실로 자기 내면과 대면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때 떠오르는 게 무엇이든 전념해보세요. 그것이 그저 나의 일상이든 나의 기도든 나의 성찰이든. 그것을 소중히 여기며 나를 만나다 보면 심리상담은 절대 줄 수 없는 것을 스스로 찾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적다 보니 당신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뭉클해집니다. 당신이 스스로 찾을 그 기쁨이 완전해지길 바랍니다. 브라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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