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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Apr 06. 2022

말할까 말까 할 때는 아직 말하지 말라.

내가 준비됐다고 세상도 준비된 것은 아니다.

심리상담을 받고 용기가 생깁니다. 전에는 하지 못했던 말을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을 대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접 만나서 내가 얼마나 상처받고 힘들었는지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그로써 이제는 내 마음의 상처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느낍니다.


내담자들은 대개 가해자 입장보다는 피해자 입장에서 심리상담을 찾아옵니다. 심리상담센터까지 찾아 마음에는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 풀지 못한 억울함과 분함이 있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에 웬만한 건 참고 넘기는 것이 습관이 돼서 마음의 상처를 곱씹다가 상담센터까지 찾아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심리상담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받다 보면 마음이 되살아나서 전에 하지 못했던 행위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건 바로 내게 상처를 줬던 그 사람에게 직접 말을 하는 입니다. 전에는 엄두도 내지  냈던 행동이지만 상담을 받으니 말할 수 을 것 같은 자신감이 올라옵니다. 심리상담을 통해 자기 모습을 되돌아보니 그때의 내 모습이 너무 바보같이 느껴져서 바로 잡고 싶기도 합니다. 상담 과정에서 대인관계 기술과 대화법도 배웠으니 내 진심을 눌러 담아 이야기하면 상대에게 통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속 시원하게 말하고 나면 마음속에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던 상처에 드디어 매듭을 지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느껴집니다. 

 

아뿔싸. 아직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을 찾아가기 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내 마음이 준비된 만큼 그 사람도 내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요? 내가 배운 대화법을 적용해서 진솔하게 그에게 전달하면 정말로 그가 내 마음을 알아들을까요? 내가 심리상담을 받으며 내 마음을 준비해 온 동안 그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을  왔을까요?


말을 하고 안 하는 것은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단지 심리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내 마음이 낫고자 말을 한다는 것이 그만 2차 상처를 받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무 준비도 되지 않은 그에게는 나의 진심 어린 말조차 공격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다 지난 과오를 끄집어내서 트집 잡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가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면 그때에도 나는 준비가 되어 있나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이런 다양한 변수를 염두에 두고 말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합니다. 내 뜻과 여전히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합니다. 아무리 용기가 생기고 자신감이 들었다고 해도 말이지요. 마음의 상처가 완결되기 위해서 반드시 그와 직접 대면을 통해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쉽지 않지만 심리 내적인 문제는 내적으로 끝내야 심리적으로 현실적으로 최선일 때도 많습니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이 되나요? 그럼 일단 한 번 더 고민을 해 보세요. 한 템포 늦추면서 그가 어떻게 나올지도 생각해보세요. 말을 내뱉고 나면 곧장 현실이 펼쳐집니다. 말을 하기 전에는 아직 얼마든지 기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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