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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Apr 11. 2022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느낄 때

감정과 욕구 목록 활용하기

심리상담 장면에서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마음이 괴로운 것은 맞는데 정확히 어떻게 괴로운 것인지는 말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이 괴로움을 뭐라 설명할지 참 난감해하는 분들을 볼 때면 심리적 문제의 해결점은 내 마음을 명확히 아는 것에서 시작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내 마음을 명확히 아는 것. 어쩌면 심리상담의 시작과 끝은 이를 돕는 것입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해결책도 보이겠지요. 괴로움의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괴로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 없이는 괴로움을 끝낼 수 없습니다. 괴롭지만 더 이상 괴롭지 않고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심리상담에서 우리는 마음을 끈질기게 들여다봅니다. 


마음은 크게 감정과 욕구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감정은 우리가 시시각각 느끼는 기분의 덩어리입니다. 앞서 말한 괴로움도 감정의 하나지요. 괴로움을 만든 밑바탕에는 다른 감정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요. 감정은 시도 때도 없이 오가며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듭니다. 우리는 긍정적 감정은 가능한 한 오래 느끼고 싶어 하고, 부정적 감정은 가능한 한 느끼지 않고 싶어 합니다. 이런 감정에 대한 태도는 인간이 사는 세상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일반적인 모습이지요. 


그런데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요? 바로 나에게 어떤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배가 고플 때 누가 내게 음식을 주면 기분이 좋겠지요. 그때 음식을 먹으면 긍정적인 감정이 됩니다. 하지만 배가 불러 터질 것 같을 때 누가 음식을 권하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겁니다. 그때 사회적인 처신 등의 이유로 마지못해 음식을 먹으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는 어렵겠지요. 얼른 그 자리를 떠나고 싶을 것입니다. 같은 음식을 받아도 내가 배가 고프거나 고프지 않은 차이에 따라서 감정 상태는 달라집니다. 음식을 원하고 있느냐 원하지 않고 있느냐 하는 욕구의 차이가 어떤 감정을 만들어 낼지를 결정합니다. 즉 감정은 욕구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내 마음을 잘 알고 싶다면 일상의 내 감정을 잘 포착해야 합니다. 먼저 관찰을 잘해서 내 감정의 흐름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아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 감정이 어떤 욕구가 충족돼서 혹은 좌절돼서 생긴 것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강한 감정, 오래가는 감정을 만들어내는 욕구일수록 나에게 소중한 욕구일 가능성이 큽니다. 


감정을 잘 알아차려라. 욕구를 잘 파악하라. 이런 말만 들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수 있습니다. 그것들을 잘 못해서 문제라는 것은 납득했는데 그래서 뭘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으니 말이지요. 그래서 심리상담 장면에서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알려드리기도 합니다. 


"비폭력대화 홈페이지에 가서 감정과 욕구 목록을 프린트하세요. 매일 어떤 감정을 크게 느낄 때 혹은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감정이 있을 때는 감정 목록을 들여다보세요. 거기에서 지금 내 심정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 단어를 골라 보세요. 그리고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그 감정을 만든 욕구가 무엇인지 욕구 목록에서도 골라 보세요. 매일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나에게 좀 더 중요한 욕구가 무엇인지 부각됩니다. 이렇게 알게 된 욕구를 사소하게라도 매일 충족시키려고 노력해보세요. 하루하루 가급적 다른 욕구들보다도 그 욕구를 잘 챙겨보는 겁니다. 그러면 평소에 만족스러운 느낌이 들기 쉽겠지요? 이렇게 된다면 매일 긍정적인 감정으로 사는 게 생각보다 쉬울 수 있겠지요?"


어떤가요? 

우리도 함께 해 볼까요? 

(비폭력대화 감정 욕구 목록 : http://www.krnvcedu.com/about/about04.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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