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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Apr 14. 2022

심리상담의 시작과 끝, 첫 회기

될성부른 상담은 첫 회기부터 알아본다.

심리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회기가 있다면 단연 첫 회기입니다. 중요한 이슈들이 등장하는 중간의 회기들도 중요하지만 그 중간까지 가기 위해서는 첫 회기가 먼저 있어야 합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모든 것의 시작이 중요하듯 심리상담도 시작이 중요합니다. 


심리상담의 첫 회기는 아주 묘한 시간입니다. 내담자 입장에서는 이 상담자가 믿을 만하고 안전하게 느껴지는지 가늠하는 시간입니다. 상담에 대한 첫인상이 호감이 가지 않는다면 굳이 상담을 지속하고 싶지 않겠지요. 심리상담센터까지 애써 찾아오기는 했지만 심리상담과 상담자에 대해서 탐색을 벌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묘한 신경전을 하게 될 수도 있지요. 


그래서 첫 회기는 매우 중요한 시간입니다. 향후 심리상담의 흐름을 좌우하는 방향을 암시합니다. 혹은 대번에 드랍(Drop, 심리상담을 중도 취소하는 것) 여부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내 마음을 치유하고 싶어서 왔는데 어쩐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어쩐지 말문을 떼기가 쉽지 않다면 그다음 상담을 취소할 수도 있겠지요. 이때는 미적지근하게 겉도는 이야기만 하다가 흐지부지 끝나게 됩니다. 


이외 보통의 경우라면 내 이슈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하려 할 것입니다. 상담비를 내고 도움을 청하는 상황이니 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겠지요. 내 이슈, 그동안의 경과, 노력한 점, 노력을 해도 안 됐던 점 등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진심을 담아서, 내 존재의 무게를 실어 이야기할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토대로 상담자와 내담자는 함께 상담 목표를 정하고 유효한 전략을 구성합니다. 


이런 모든 것이 결정 나는 시간이 첫 회기입니다. 물론 이후에도 상담 목표나 전략은 수정을 거듭해가면서 내담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향해 갑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방향을 잡는다는 점에서 첫 회기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심리상담의 전체는 첫 회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첫 회기에 시사되는 모든 것은 앞으로 상담이 어떨지를 가늠하게 합니다. 문제의 내용뿐만이 아니라 문제를 전달하고 드러내는 태도 역시 상담의 향방을 예감하게 합니다. 어떤 사람은 당당하게 자기 문제를 드러내고, 어떤 사람은 쭈뼛대며 상담자가 하나씩 물어야만 자기 문제를 드러냅니다. 이런 태도 자체에 내 문제의 그림자가 실려 있습니다. 심지어 말하지 않을 때에도 말하지 않는 그 태도로 나 자신에 대해 말하게 됩니다. 상담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 시선, 표정, 손동작, 말을 맺고 끝는 버릇 등이 나 자신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희미하게라도 내가 가져온 그 이슈, 내가 해결하고 싶은 그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두말할 필요가 없이 중요한 첫 회기. 어떤 종결을 맞이할지조차 결정하는 첫 회기. 그런 첫 회기이니만큼 상담자와 내담자가 더욱더 진심으로 만나야 하는 시간입니다. 내가 상담자든 내담자든 상관없이 내 존재를 실어서 상대와 만나야 하는 시간입니다. 될성부른 상담을 경험하고 싶다면 첫 회기부터 우리는 진심으로 내 존재를 상대에게 드러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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