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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Apr 15. 2022

자발적이지 않은 상담은 하지도 말 것

어떻게든 내 발로 걸어 들어왔으면 내 책임이다.

가끔 심리상담에 끌려오는 내담자들이 있습니다. 부모, 자식, 연인 등 최측근 지인들의 설득에 못 이겨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의 마음속에는 아마 이런 이야기가 들릴 것입니다. 

'그냥 봐서 뭐.'


이 정도의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일들도 그렇지만 특히 심리상담에서 비자발적인 태도는 정말이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심리상담은 내 속내를 털어놓고 내가 변화되기를 꿈꾸어야 하는 시공간이니까요. 자발적이지 않은 상담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인 셈입니다. '상담사가 어떻게 하는지 봐서'라며 자발적이지 않은 태도로 앉아있으면 시간과 돈이 아까울 따름입니다. '마지못해 오긴 왔는데 변화시킬 테면 변화시켜 봐'라는 마음자세는 상담센터보다는 해병대 캠프에 적합할 것입니다. 


아무리 끌려온 상담이라고 해도 결국 내 발로 상담센터까지 찾아왔다면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쨌든 내 발로 걸어 들어왔다면 그만큼의 자발성은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등 떠밀려 왔다고 해도 상담실에서 상담사와 독대하고 있는 시간에 나는 자발적인 존재로 그 시간을 선택해서 앉아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뭐라도 얻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상담실까지 와서 상담사를 마주 보고 앉아있는 시간이니 '기왕 왔으니 뽕을 뽑자'라는 마음을 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정말 상담센터에 오기 싫으면 안 오면 됩니다. 최측근이 아무리 닦달해도 '난 상담 같은 건 필요 없어요.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요'라는 뚝심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주도적으로 내 인생을 사는 자세이지요. 이런 주도성과 자발성도 없이 인생을 어찌 살 수 있을까요? 


어차피 내 발로 상담실까지 걸어 들어왔다면 그 또한 내 책임입니다. 최종적으로는 내가 선택한 것이요, 그 선택에는 나의 자발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내 상담은 누구의 것인가요? 내 상담은 자발적인가요, 자발적이지 않은가요? 자발적이지 않으면 시작도 하지 말 일이요, 자발적이라면 최선을 다해 내 책임을 질 일입니다. 그것이 나 자신을 지극히 위하며 삶을 사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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