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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Apr 22. 2022

피하고 싶은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면

현실의 무게는 심리적인 짐보다 가볍다.

'이렇게 해야만 할까요?'

심리상담 중에 이렇게 물어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때 마음속에서는 이미 그것을 해야만 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게 질문하는 의도는 어떤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나름대로 여러 정보를 찾아보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주위에 자문도 구한 결과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으로 그 부담을 지지 않을 차선책은 없을지 상담자에게 묻는 것입니다.

  

그런 고민이라면 상담사에게도 달리 뾰족한 수는 없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 정도로 찾아보고 궁리했다면 그렇게 해야만 할 일일 겁니다. 그게 부담스럽다는 것이 그것이 꼭 해야만 하는 일임을 알려줍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무겁게 다가오고 피하고 싶다는 것은 꼭 그런 수밖에 없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억하면 좋을 것이 있습니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그것은 막상 겪어보면 내 상상보다는 훨씬 나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에게나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상상 속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보다 막상 일을 치르고 보니 별게 아니라고 느꼈던 경험 말이지요. 아직 마주하지 않았을 때의 두려움이 클 뿐이지, 실제 행동으로 움직여 나갈 때의 고통은 그 두려움에 비하면 사소합니다. 


피하고 싶은 상황인데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의식 위로 점차 분명하게 떠오른다면 내가 두려움을 무릅썼던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일단 그 일에 뛰어들고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했던 경험을 상기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 일을 감당하기 꺼려하면서 심리적인 무게를 끌어안고 사느니 얼른 그 실체가 없는 관념적인 짐이라도 내려놓는 것입니다. 가볍게 마음을 먹고 차라리 실제 행동을 할 여력을 비축하는 것이 지혜로운 처사입니다.


어차피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꺼이 맞닥뜨리는 것이 좋습니다. 기꺼이 맞닥뜨릴 때는 적어도 내 삶의 주도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도살장 끌려가듯이 어쩔 수 없이 한다면 결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보다 아쉬운 점은 이미 시작부터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는 점입니다. 피하지도 못했는데 억지로 꾸역꾸역 한다면 얼굴이 참 화끈거리는 일입니다. 너무 하기 싫은 나머지 나 자신을 부끄럽게까지 만들어버리는 불상사가 생깁니다. 


'이렇게 해야만 하냐'라고 묻고 싶을 때는 차라리 '이렇게 할 겁니다'라고 다짐을 세우세요. 영 안 될 일이다 싶으면 상담사가 다시 생각해보자고 뜯어말릴 테니까요. 하지만 대개는 그 의지를 칭송하며 건투를 빌어줄 겁니다. 심리적인 짐 대신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기로 한 당신은 분명 그 응원을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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